[스포츠투데이 황용희 연예패트롤]KBS2 수목드라마 '도망자 Plan.B'(이하 도망자)가 아쉬움 속에 종영을 앞두고 있다.
방영 전만해도 '도망자'는 '추노'의 곽정환PD-천성일 작가 콤비에 정지훈, 이나영, 다니엘 헤니, 이정진, 윤진서를 비롯한 화려한 캐스팅, 더불어 해외 5개국을 넘나드는 장쾌한 무대 등 여느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 않은 스펙을 자랑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럼에도 '도망자'는 방송 초반 화려한 볼거리에 지나치게 함몰된 나머지 '추격' 속에 담겨야 할 드라마의 서사구조와 등장인물간의 역학관계를 제대로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지난 9월 첫 방송 당시 20%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드라마가 중반으로 가면서 반토막이 났다.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는 극의 초점을 '사라진 금괴'라는 소재에 맞춤으로서 스토리의 완성도와 극적 긴장감을 높였지만, 여전히 전세는 뒤집지 못했다. '도망자'는 종영을 앞둔 현 시점에서도 10% 초반 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일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 결과 2일 방송된 '도망자'는 11.7%를 기록, 지난 1일 방송분이 기록한 12%보다 0.3% 포인트 하락했다.
실제로 '도망자'의 천성일 작가 역시 "극 초반 드라마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엉성했던 것"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한 바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펼치려다보니 전체 작품의 밀도가 떨어졌다는 것. 결국 '도망자'는 올해 초 '추노'의 영광을 재현하며 KBS 수목극의 승승장구를 이어갈 것이라던 기대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그러나 '도망자'가 가진 여러 의의 중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보다도 배우 정지훈에 대한 ‘재확인’을 꼽을 수 있다.
2004년 '풀하우스'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던 정지훈은 신인답지 않은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고, 본업인 가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이후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 '닌자 어쌔신' 등 영화로 활동무대를 옮긴 정지훈은 정신병자와 칼잡이를 넘나드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합격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배우 정지훈이 이번 작품에 들어가면서 가장 신경쓰였던 부분은 바로 대작 액션 추리극의 주연으로서 20부작 내내 작품 전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을까?였다.
그러나 정지훈은 ‘도망자’에서 액션, 드라마, 코미디 등 모두를 적절하게 녹여내며 기대 이상의 호연을 보여줬다. 뛰어난 실력의 탐정이지만 특유의 코믹하고 능글맞음을 갖춘 캐릭터를 매우 잘 살린 것. 또 전작을 통해 갈고 닦은 화려한 액션 연기력도 과시했다.
특히 사라진 금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 사이의 3각 관계에서도 감정선을 잘 살렸고, 사건 앞에서는 냉정하고 번뜩이는 추리력을 보여주면서도 동료의 죽음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면모 등 주인공의 입체적인 성격과 개성을 극대화시켜 표현해냈다.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작품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정지훈 연기만큼은 훌륭했다", "정지훈이 아니었다면 지우의 캐릭터도 살아날 수 없었다", "정지훈 때문에 봤던 드라마", "가수 비도 멋있지만, 연기자 정지훈이 훨씬 좋다"라며 정지훈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비록 기대 만큼의 시청률을 얻는데는 실패했지만, '도망자'는 정지훈이란 배우가 '가수 겸업 배우'가 아닌, 진정한 일급 배우로 자리잡게 되는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잃은 것은 시청률이요, 얻은 것은 다양한 연기력인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 hee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