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사장 "조직.후배 위해 사퇴하는 게 마지막 도리"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박현준 기자]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사퇴하고 신한은행이 신 사장에 대한 고소(횡령 및 배임 혐의)를 취하키로 하면서 석달을 끌어온 신한금융 내분이 일단 봉합 단계에 들어섰다.
신 사장은 6일 "30년 동안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 섭섭하고 억울하다"며 "하지만 사랑했던 조직과 후배들을 위해 사퇴하는 것이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사의를 밝혔다.
신한은행에서는 공식 기자회견과 자료 배포를 검토하고 있고 신 사장 측에서는 떠들썩한 공식입장 발표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신 사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이날 오전 신 사장은 사퇴하고 신한은행도 고소를 취하할 예정이다.
신 사장에 대한 고소로 시작된 신한 사태는 신 사장 직무정지-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퇴진-회장 직무대행 선임-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라 전 회장,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어지고 신 사장과 이 행장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한 조직의 불안은 계속돼 왔다.
이에 따라 신 사장의 사퇴는 더 이상 조직에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특히 사퇴 배경에는 함께 고소 당한 직원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부담도 컸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서는 명예회복 차원에서 사퇴에 대한 반대도 많았지만 조직과 직원을 위해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는 게 측근의 얘기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신 사장은 지속적으로 이 행장과의 동반 사퇴를 주장했으나 조직안정을 위해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신한은행 측에서도 고소에 무리가 있었고 오해로 인해 틀린 부분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신 사장과 이 행장은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이 같은 화해에 합의했다. 검찰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전투구하는 모습보다는 정상참작 여지를 생각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신 사장과 이 행장의 화해가 검찰 조사결과에 끼칠 영향은 미지수지만 검찰에서도 실제로 고소가 취하된다면 이를 눈여겨 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번 주 중에 신 사장을 불러들여 추가 조사를 벌이는 한편, 신한금융 사태가 내부적으로 수습되는 방향을 참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 처벌 수위를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고소 취하 이유와 내용을 보고 진정한 피해회복이 있었는지를 참작한 뒤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검찰은 신 사장과 이 행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희건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에게 지급된 고문료 15억원 가운에 일부를 나눠썼다는 혐의에서다.
그러나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검찰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이 204억원 대의 차명계좌를 관리한 사실이 발견됐지만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김민진 기자 asiakmj@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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