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등 "현실적 문제서 한참 벗어나" 지적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탈 많은 도시정비사업이 보다 투명해지고 소모적 논쟁이 줄어들 수 있을까.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가 3일 내놓은 도시재정비 제도개선방안은 용산 참사 등 사회갈등을 막기 위해 연초부터 고민해온 결과물이다. 도시정비사업의 계획수립과 추진단계의 개선점은 물론 주민들간 이견이 생길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분쟁조정, 재정문제나 상가 세입자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의 문제를 한참 벗어난 이상론에 치우쳐 있다며 실제 법제화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제도운용을 맡는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검토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지적, 시행까지는 진통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사업의 주민동의요건 강화가 걸림돌이다. 사통위는 사업계획 및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주민동의 요건을 과반수에서 3분의2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도록 했다. 과반수의 동의만 받게 돼있는 조항을 강화한 것이다. 주민의견 수렴이 불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조합설립단계에서 4분의3의 동의를 받아 추진하는 정비사업을 매 단계마다 많은 조합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시간낭비를 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행정절차보다는 동의를 받는 데 가장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장기간 사업추진이 방치된 사업장에 대한 일몰제 도입 역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국토부는 용역을 통해 기존 사업이 아닌 신규사업에 대해 일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사업장까지 일몰제를 도입할 경우 주민반발을 부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일몰제가 없던 시기에 추진된 사업을 나중에 일몰제로 해지하는 것이 법적으로 합당한지에 대한 위헌소송마저 우려하고 있다.
증세담보부 재정제도(TIF)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TIF는 개발 후 부동산 가치상승에 따른 재산세 증가분을 담보로 비용을 조달, 필요한 도로 등 기반시설이나 저소득 가구의 주거안정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미국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현행 관련법에서는 기반시설과 관련, 정비사업을 할 경우 도로용지를 조합에 주면 조합이 사업을 통해 땅값만큼 도로를 개설하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도로용지를 유상으로 넘긴 후 개설도로의 무상 기부채납을 종용하는 실정이다. 지자체가 무상으로 도로를 넘겨받는 행태가 일반적인데 굳이 세금을 앞당겨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합의 자금에 에스크로(Escrow)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투명성 확보가 기대된다. 정비사업관리업계는 사업자금 유용 등의 폐해가 적지 않고 이로 인한 논란이 큰다면서 제도가 도입될 경우 운용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가영업손실을 적정하게 보상하도록 바꾸겠다는 부분은 상가 소유자들의 반발을 부를 전망이다. 사업이익이 많이 남을수록 세입자가 가져가는 몫이 커질 경우 소유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 정비사업관리업체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 때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일일이 동의를 받아가며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단계의 동의율을 높게 하고 조합원들의 부담을 높이는 TIF를 도입한다면 사업추진 동력이 크게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소민호 기자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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