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6급 이상 공무원 12월분 월급 13억원 마련 못해…전임 구청장 무리한 사업 추진이 원인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 뒤 지방자치단체의 극심한 재정난이 현실로 다가왔다. 전국서 처음 대전시 동구청이 공무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전시 동구는 29일 6급(주사) 이상 공무원의 12월분 월급을 반영하지 않은 ‘2010년도 정리추경(안)’을 결정, 이날 구의회에 냈다.
동구청의 정리추경(안) 전체규모는 2706억여원이며 이 중 491억원이 인건비에 해당한다.
여기엔 연말까지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비, 국ㆍ시비 보조사업의 구비부담 비용, 상용직원들 월급 등 자치구가 꼭 써야할 필수경비가 들어갔다.
하지만 동구청의 6급 이상 간부직원들 12월분 임금(13억여원)은 정리추경예산안에서 빠졌다. 각종 복지사업의 중단을 막기 위해서다. 동구가 부담해야할 복지급여를 먼저 정리추경안에 넣자 재원이 부족해 일부직원들 12월 급여를 주지 못하게 된 것.
특히 구청의 재정적 어려움에 간부공무원들이 먼저 희생한다는 뜻으로 6급 이상 공무원의 임금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번에 주지 못한 월급은 내년 상반기 중 줄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5개 자치구가 지난달 대전시에 긴급재정보전금(884억원)을 요청하면서 인건비 332억원을 신청했지만 대전시도 200억원밖에 마련치 못해 동구의 월급 미지급사태는 이미 예상돼 있었다.
동구 관계자는 “재정여건을 감안했을 때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구청이 심한 재정난을 겪어도 복지급여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직원들 월급지급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월급 반영 못한 이유=전국 자치구 평균(35.4%)에 훨씬 못 미치는 12.2%의 재정자립도의 동구는 한현택 구청장(전 대전시 공보관)이 재정난을 이겨내기 위해 현 청사에서부터 대전문학관, 국제화센터까지 자산을 팔기로 했다.
이런 상황은 ‘전임 구청장이 사업비가 수십억원이나 드는 대형 사업들을 무리하게 펼친 결과’란 비판의 소리가 높다. 특히 새 청사건립이 재정난의 주원인이 됐다.
동구 신청사는 577억원의 공사비로 내년 4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늦어지면서 공사비가 707억원으로 불었고 동구는 363억원만 확보한 상태다.
부족한 돈은 지금의 청사를 팔아 쓸 예정이었으나 매각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채 또한 발행한도까지 끌어다 써 더 이상 재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는 올해 못 주는 공무원 월급을 내년 예산에 넣어 줄 계획이다. 새 청사 건립공사도 내년 3월께 다시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당장 써야하는 예산이 없을 뿐 사업추진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