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청와대 춘추관에서 26일 오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저녁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후임 장관을 이날 발표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이날 이른 아침부터 누가 장관에 내정될지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대부분 조간신문들과 방송들은 이미 이희원 안보특보가 '유력하다' 또는 '사실상 내정됐다'고 보도를 했고, 인사검증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다면 오전중에 인선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전했다.
이 와중에 "이희원 안보특보가 국방장관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급박하게 돌았다. 청와대에서는 홍상표 홍보수석이 10시30분에 직접 춘추관에 와서 브리핑을 한다고 했다. 어떤 내용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기자들은 "국방장관 내정자를 공식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예상을 하면서 기자들은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여당의 유력한 소식통들을 통해 사실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몇몇 기자들이 "맞다"는 답변을 확보한 후 속보를 날렸고, 모든 언론사들이 이를 따라갔다.
홍 수석의 발표내용은 예상을 빗나갔다. 현재 여러 후보들을 대상으로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뉘앙스는 '물망에 올랐던 이희원 안보특보가 인사검증에서 탈락했다'는 듯 했다.
하지만 홍 수석은 기자들의 교묘한 질문에도 "복수 후보자들을 두고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매우 바쁜 부서들이 있다"고만 했다. 어떤 후보가 유력하다고 할 만큼 검증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들렸다.
'오늘 중에 발표를 하는 것은 맞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만 했다.
기자들의 언성이 높아졌다. "어느 정도 진행상황을 말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계속 오보를 날린 꼴이 됐는데 홍보수석이 방향을 잡아줬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홍보에 문제가 있다" 등등.
그러면서 각 언론사의 담당 데스크들과 긴박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언론사들이 인터넷 뉴스나 방송자막으로 나간 속보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마감시간이 임박한 석간신문 기자들은 1면 기사를 전면 수정하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한바탕 소동을 치른 후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곳곳에서 "청와대와 기자들간의 소통부재가 문제다", "이런 식으로 국방장관 인사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 "전쟁중에 국방장관 공백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 등의 말이 들렸다.
지금으로서는 국방장관에 누가 내정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희원 안보특보가 되든 다른 인물이 되든 어떤 결론이 내려져도, 모든 언론은 이날 오전 당시에는 오보를 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전사자들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당초 이 대통령은 인천 길병원의 민간인 희생자 빈소에도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내부 일정 때문에 청와대로 바로 복귀했다. 내부 일정이 국방장관 인선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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