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34분쯤 첫 포격 후 2차례에 걸쳐 수십발 피격...우리 군 80여발 응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3일 오후 평화롭던 인천 연평도는 북한군의 기습적인 포격에 순식간에 전쟁터로 돌변했다.
이날 여객선 편으로 도착할 전기공사 자재를 받으러 연평도 당섬 부둣가에 나와 있던 이시우(51)씨가 포성을 처음 들은 것은 2시 34분쯤이었다.
'빠직'하는 소리에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껴 부둣가로 들어오던 배가 암초에 부딪힌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저 멀리 새마을리 부락에 포연이 솟는 것이 보였다. 곧이어 '뻥뻥' 소리와 함께 수십 발의 포탄이 마을과 인근 군부대에서 터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부둣가로는 포탄이 날아오진 않았지만, 겁이 덜컥 난 이 씨는 부둣가에 정박하자마자 곧바로 대피를 위해 뱃머리를 돌리던 여객선에 부랴부랴 올라탔다.
부둣가 인근 주택과 식당에서도 주민들이 "전쟁이 났다"며 소스라치게 놀라 외투도 입지 못한 채 배로 뛰어 올라왔다. 몇몇 사람들은 배를 타지 못해 비명을 질러댔고, 한 여성 승객은 사람들이 몰려대는 통해 헤어진 아이들이 부둣가에 남아 있다며 울부짖었다. 결국 여객선은 돌아가 아이들을 태운 후 인천항으로 도망치듯 출발했다.
연평도 새마을리 주민 심 모씨가 전한 상황은 더 긴박했다.
포격을 집중적으로 당한 새마을리에 살고 있던 심 씨는 부둣가에 나와 있다가 포격을 목격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마을 한 가운데인 집에 있던 부인이 걱정됐지만 목숨을 걸고 집으로 향했다.
천만다행으로 남편을 찾아 부둣가로 오던 부인을 만났다. 집에 포탄이 작렬해 문짝이 떨어져나가고 화재가 발생했지만 무사히 탈출한 것이다.
심 씨는 부인을 데리고 부랴부랴 부둣가로 달려와 여객선에 올라타고 인천항으로 향한 후에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한편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4분 시작된 북한군의 포격은 연평도 남동쪽 야산에 위치한 해병대 연평부대 본부와 K-9 자주포 부대로 집중됐다.
처음 30여발은 자주포부대와 레이더사이트, 민간 마을 등에 떨어졌다. 해병대원 2명의 사망자와 15명의 부상자도 해당 포대와 인근 부대 소속이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포로 한 지점을 포격하는 '일제타격식(TOT)'으로 포격이 가해져 피해가 심했다.
해병대 포대도 첫 포격을 받은 지 13분이 지난 오후 2시 47분께 반격을 가했다. 대포병레이더와 각종 정보자산을 동원해 적의 포 사격 위치를 파악한 후 무도와 개머리 진지를 집중 타격했다.
우리 공군도 포격 직후인 오후 2시 38분쯤 최신예 전투기를 서해로 출격시켜 만약의 사태와 확전에 대비했다. 오후 2시 50분쯤엔 국지 도발에 대한 최고의 경계 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
잠시 소강상태에 빠져 있던 상황은 그러나 북한군이 오후 3시 10분부터 30분간 또다시 일제 공격을 가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로 빠져들었다.
우리 측도 K-9 자주포를 동원해 무도와 개머리 진지를 향해 집중 포격했다. 오후 3시 50분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대표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사격 중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이날 오전 9시 현재까지 북한군의 이렇다할 추가 도발 및 우리 군의 대응은 없는 상태다,
한편 북한군의 포격이 이어지면서 아군 장병들의 피해도 컸다. 처음엔 '중ㆍ경상 4명'으로 보고가 올라왔지만 나중엔 전사 2명, 중상 5명, 경상 11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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