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쾌속질주하던 현대차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일까. 미국과 유럽에서 눈부신 성적을 발표하며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가 22일 급락했다. 개장초 사상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던 기세는 급락으로 마감됐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도 동반 추락했다. 반면 현대차에게 증시 주도주 위치를 넘겨줬던 IT주들은 현대차의 추락을 기다렸다는 듯이 동반 급등했다.
전날 현대차에서 나온 악재는 울산 1공장 비정규직 노조의 공장 점거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부터 나온 재료지만 사태가 생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공장 가동중단 1주일만에 피해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시총 40조원 안팎인 현대차의 위상과 최근 치솟고 있는 현대차 실적을 감안할 때 주가를 급격히 끌어내릴 수준은 아니다. 현대차는 이보다 더한 본사 정규직 노조와 첨예한 갈등을 거의 매년 겪어오면서도 성장한 기업이다.
고점에서 급락반전은 1차적으로 급격한 수급의 변화였다. 전날 현대차의 하락은 국내기관이 주도했다. 외국인도 5000주 이상을 순매도했지만 기관의 순매도 물량은 17만5000주를 넘었다. 금액으로 3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이다. 전날 총거래대금이 1700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기관은 작정하고 현대차를 판 것이다.
현대차에 대한 매도공세는 계열사로도 이어졌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에 대해서도 매도 폭탄이 떨어졌다. 기아차는 65만주 순매도, 현대모비스는 4만여주 순매도였다. 외국인은 규모는 적었지만 역시 현대차에서처럼 매도 우위를 보였다.
대신 기관은 전날 IT주들을 대거 편입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IT주들이 포진한 전기전자업종에 대해 무려 573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동안 편입하지 못한 IT주들을 이날 하루에 모두 편입하려던 기세였다.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IT 경기가 살아난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기관들이 서둘러 IT주를 편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IT주 편입과정에서 그간 많이 오른 자동차 주식을 차익실현,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는 자동차 주식이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주도주였던 자동차와 화학주가 꺾이며 지수가 하락반전하기도 했다"며 "1900대 중반에서 가격부담을 느낀 기관들이 수익률이 좋은 주도주들을 일부 차익실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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