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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장미란이 보인 눈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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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한국 역도의 살아있는 전설다웠다. 삼수 만에 획득한 아시안게임 금메달. 마지막 시도 뒤 장미란은 살짝 눈물을 보였다. 그것은 감격이 아니었다. 아쉬움에 더 가까웠다.


장미란은 19일 중국 광둥성 둥관체육관에서 펼쳐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75㎏ 이상 급 경기에서 인상과 용상 각각 130㎏와 181㎏을 들어 올리며 합계 311㎏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벌 멍수핑(중국)이 인상 135㎏, 용상 176㎏을 기록, 합계 311㎏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더 적은 체중 덕에 손쉽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용상 2차시기서 우승을 확정지은 장미란은 마지막 3차시기서 188㎏에 도전했다. 지난해 고양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신기록(187㎏)에 1㎏을 더 올렸다. 소리를 지르며 무대에서 선 그는 다소 힘겹게 역기를 가슴 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무너지는 두 팔의 밸런스에 역기를 그만 뒤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심판진에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장미란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간 인연을 맺지 못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눈물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장미란은 올해 27살이다. 역도선수로서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그는 이날 출전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았다. 2위에 오른 멍수핑은 21살이다. 3위 그라보베스카야 마리아(카자흐스탄) 역시 23살로 그보다 4살 더 어리다. 지난 9월 터키 안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타티아나 카시리나 역시 19살로 장미란과 8살이 적다.


최근 장미란은 나이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올해 하향세를 보이는 성적이 그러하다. 지난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의 총 기록은 309㎏이었다. 자신의 세계 최고기록에 무려 17㎏이나 적었다.


세계선수권대회서 아픔은 하나 더 있었다. 카시리나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세운 용상 세계신기록(140㎏)을 두 번이나 경신(145㎏)했다. 그보다 15㎏이나 적은 130㎏에 그친 장미란은 자신의 기록이 깨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봄 재개한 훈련에서 그는 잔부상 악령에까지 시달렸다. 어깨와 허리 통증으로 몸의 밸런스가 급속히 무너졌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줄어든 연습량에 컨디션 회복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일부 역도 관계자들이 “장미란의 시대는 갔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노력의 귀재다웠다. 특유의 꾸준함을 바탕으로 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광저우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장미란은 “최근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렸다”며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훈련을 꾸준히 한 덕에 허리통증도 모두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가 세운 목표는 두 가지였다. 장미란은 “금메달을 꼭 따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며 “기록에 대해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에 연연하지 않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다가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호언장담을 그대로 실천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그랜드슬램의 대업을 이뤄냈다. 총 기록에서도 터키세계선수권대회 때보다 2㎏을 더 들어 올렸다.


하지만 숨겨둔 또 다른 목표 달성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용상 신기록이다. 장미란은 용상(187㎏)과 합계기록(326㎏)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 카시리나에게 자리를 내준 인상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용상은 다르다.


역도대표팀 한 관계자는 19일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광저우 출국 전 185㎏을 수차례 소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란이가 내색을 보이진 않았지만, 용상 신기록에 대해 많은 미련을 가지고 있는듯했다”고 전했다.


내년 장미란의 나이는 28살이 된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시기서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하지만 그는 이날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보였다. 인상에서 멍수핑에 5㎏이나 뒤졌지만 그간 쌓은 노하우를 살려 막판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경기 뒤 장미란은 말했다.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고 믿었다.”


장미란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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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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