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인도의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 신용대출) 시장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 시작된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 자금 지원 중지 및 대출금 상환 중단 조치로 인해 인도 금융권 전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서민들 사이에서 널리 이용되며 인도 농촌의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인도의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은 매년 70%씩 성장했다. 그러나 연간 35%를 훌쩍 넘는 높은 이자가 문제가 됐다. 고리를 감당하지 못한 대출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체 대출의 30%가 몰려있는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 집중적으로 자살 사태가 이어지면서 주 정부는 이에 대한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했다. 지난달 마이크로파이낸스 업체들의 대출 및 대출금 회수 등에 대한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한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를 통한 대출금 20억달러가 상환이 중단됐다. 지난 몇 주간 정상적으로 상환된 금액은 대출금의 10%에 불과했다. 규제가 확산될 경우 은행권의 마이크로파이낸스 업체들에 대한 자금 공급은 점차 줄어 이들 업체는 결국 줄도산 위기에 직면할 전망이다.
적절한 신용평가 없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상환 능력이 부족한 대출자들에게 단기간에 대출한 것 또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엘라 바트 SEWA 관계자는 "마이크로파이낸스 업체들은 대출자들의 경제 상황에 신경쓰기 보다 오로지 본인들의 몸집 키우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마이크로파이낸스 업체들의 파산은 결국 인도 전체 금융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인도 은행권이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에 보유하고 있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60억달러에 이른다.
금융위기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던 인도 금융권은 즉각적으로 마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난드 미트라 액시스은행 임원은 "마이크로파이낸스 부문에 보유 중인 익스포저 규모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표한다"고 염려했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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