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사즉생'(死卽生). 죽을 각오로 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뤄낸 승리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은 사실상 오너 중 누가 더 현대건설을 간절히 원하는가가 승패를 갈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16일 현 회장은 꿈에 그리던 계동사옥 재입성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은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막대한 재력을 배경으로 한 시숙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은 범 현대가는 물론 재계에서도 지원을 받으며 현대건설 필연론을 앞세웠다. 워낙 한쪽으로 쳐진 승부라고 여겨지다 보니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여겼다.
대북사업의 중단, 채권단의 기업 재무구조개선 약정 추진 등 간접적인 압박도 현 회장에게는 고통이었다. 기자들에게 보내던 현 회장의 따뜻한 미소도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침묵으로 일관한 지난 5개월 여의 인수전 기간은 그에게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난관이 현 회장에게는 오히려 더 큰 의지를 불어넣어줬다. 지난 3월 옮긴 새둥지 연지동 사옥을 오가며 계동 현대건설 사옥을 볼 때마다 현 회장은 늘 이곳에 되돌아 갈 것이라는 마음을 다잡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계동 사옥은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일궈낸 성지이자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마지막 채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 현 회장으로서는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목표였다.
"현대건설을 되찾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현대그룹도 끝이다"는 각오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 회장은 인수절차와 자금 조달 계획은 물론 대외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를 사랑하는 국민은 반드시 알아줄 것이라 믿었던 현 회장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홍보로 현대그룹이 적통이라는 점을 각인 시켰다. 현 회장의 강력한 공세에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크게 당황해 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최우선 기준은 인수가격이었다. 피말리는 신경전에 현 회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과감하게 5조원 이상을 배팅했다. 다소 무리가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현대건설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현 회장의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의 자존심도 충분히 살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가 재건의 큰 발을 내딛은 현 회장은 남은 협상을 잘 마무리 해 현대건설과 한 가족이 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 경영자로서의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준 현 회장이 이뤄낸 새로운 현대의 앞날이 기대된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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