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수업 중 엎드려 자거나 음식을 먹는 학생은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한다', '음주나 흡연을 인정하지 않는 학생은 측정기를 사용해 지도한다', '염색이나 퍼머가 두피 건강에 해로움을 이해 시킨다' ......
지난 1일부터 체벌을 전면 금지한 서울시교육청이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체벌금지 매뉴얼'을 내놓았다. 학생들의 문제 행동에 대한 교사들의 대응방안을 담은 '문제행동 유형별 학생생활지도 매뉴얼'에 따르면 교실에서 발생하는 문제행동을 총 18가지로 분류하고, 단계별 대응요령까지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문제행동은 ▲학습태도불량 ▲음주 및 흡연 후 등교 ▲용의복장불량 ▲교사지도에 대한 불손한 언행 등이 대표적이다. 매뉴얼에서는 문제행동 별로 '이렇게 지도해 보세요',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안 될 때는' 등 3단계로 나눠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학생이 교사를 무시하는 등 '교사지도에 대한 불손한 언행'이 발생할 때에는 우선 '교사와 학생이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갖고 별도의 장소로 학생을 불러내 지도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불손한 언행을 한 학생을 동료 교사가 많은 교무실로 데려가 기를 꺾고 나서 학생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적절한 교육적 효과를 본 교사 사례 등을 덧붙였다.
이런 방법을 사용해도 지도가 어려울 경우에는 성찰교실 격리, 학부모 면담 등 새로운 학교생활 지도규정에 따라 문제 학생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러나 매뉴얼에 실효성이 의심되는 방안도 실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나치게 학습 태도가 불량한 학생은 경고 조치 후 학생의 동의를 얻어 전 수업 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자신의 수업 태도를 보고 문제점을 인식하도록 한다는 방법은 학생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음주나 흡연을 인정하지 않는 학생은 측정기를 사용해 확인하고 지도한다는 방안도 측정기 사용 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강요하게 되면 인권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방승호 생활지도 담당 장학관은 "이 매뉴얼이 제시한 지도방법은 완벽하진 않지만 체벌 없는 학교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더 효과적인 지도방법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 현장의 아이디어들을 모아 평화로운 학교만들기 101가지 매뉴얼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한편,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전면적인 체벌금지 이후 현장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16일 오후 4시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학생과 교사 20여 명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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