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서울 시내에서 우체국을 가는 데 1시간 30분이 걸린다면 당신은 어떤 심경인가.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행사장인 삼성동 코엑스에서다. 삼엄한 경비와 철통보안 속에서 코엑스와 마주한 무역센터에 입주한 기업의 직원에게 일어난 일이다.
10일 점심시간에서 우체국을 다녀오겠다고 했던 K사의 박 모 과장은 평일 15분이면 해결될 업무를 1시간 30분이나 허비했다. 김 과장의 동선을 따라가보자. 지하에 위치한 코엑스 몰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코엑스 몰 밖으로 나가려 하자, G20 진행요원과 경비요원들이 제지를 했다. 출입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과장은 출입증을 받으려고 코엑스 트레이드 센터로 향했다. 거기서 40분을 기다려 통행증을 하나 건네 받았다. 통행증이 있었지만 한 번 출입 금지를 당했다. 기자들이 한 노란색 통행증이나 운영요원들이 한 연두색 통행증이 아니면, 지상과 지하의 코엑스를 맘대로 오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벌써 한 시간이 흘렀다.
삼성역에 무인우편함이 있다는 말에 박 과장은 그리로 향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G20 탓에 무인우편함은 사용정지 상태. 테러의 위험 탓에 지하철역에 쓰레기통이 사라진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박 과장은 "본격적으로 G20 정상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인데... 내일에 정상업무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냐"라면서 "굳이 서울 한복판 에서 G20 회의를 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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