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모든 담금질은 끝났다. 이제는 실전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금 사냥에 나서는 야구대표팀이 금일(8일) 오전 훈련을 마지막으로 국내 일정을 마감한다. 지난달 25일부터 부산 합숙훈련에 돌입한 대표팀은 KIA, 롯데와 경기 등을 통해 전력을 가다듬었다.
네 차례 평가전 성적은 3승 1패.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관건은 실전 감각 회복 여부. 조범현 감독은 경기 뒤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지난 경기를 돌아보며 선수들의 컨디션과 아시안게임에서의 전망을 알아봤다.
■류현진·양현종 컨디션 난조…대만전 적신호
에이스들은 끝내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류현진부터 그러했다. 지난 1일 KIA와 첫 경기서 그는 선발투수로 등판, 2이닝 3실점했다. 7일 롯데전에서도 부진은 계속됐다. 선발로 나서 3.2이닝동안 8피안타 2볼넷 5실점했다. 이날 최고 구속은 142km에 불과했다.
아쉬움을 보인 건 양현종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전 선발로 내정된 그는 롯데와 두 번째 평가전에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7일 롯데 선발로 등판해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3.1이닝동안 대표팀 타선에 11안타를 얻어맞으며 8실점했다. 제구 난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아시안게임서 주력 경기에 나설 두 에이스들의 동반 부진에 대표팀 관계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7일 경기 뒤 김시진 투수코치는 “투수들이 두 달 넘게 마운드에 오르지 않아 빠른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류현진의 선발 등판이 예정된 대만전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에 대표팀 한 관계자는 “(류)현진이가 부진을 깨지 못하고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 조금 껄끄럽다”며 “팀 사기 차원에서라도 꼭 기량을 회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투수진에서 윤석민의 부활은 더 없이 반갑다. 첫 평가전에서 2이닝 2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네 번째 경기서 2.1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고 구속은 146km. 대표팀 관계자는 “코너워크가 무척 잘 됐을 정도로 제구가 좋았다”며 “이전 기량을 온전히 회복한 듯 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전 선발로 내정된 대표팀 유일의 아마추어 김명성도 세 번째 평가전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등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봉중근, 정대현, 고창성 등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반면 홍콩전 선발이 유력한 임태훈은 마지막 평가전서 4회 연속 안타를 허용하는 등 2.2이닝 2실점해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타격감 회복? 걱정 뚝!…집중력마저 빛나
한 번 터진 화력은 멈출 줄을 몰랐다. 대표팀은 네 차례 평가전에서 총 31점을 뽑았다. KIA와 1차 평가전에서 4득점에 그쳤지만 이후 7득점 이상씩을 기록하며 선전을 예고했다.
타선 전체가 고른 활약을 보였다. 첫 평가전에서 빛난 건 백업선수들이었다. 조동찬, 강정호, 강민호 등은 모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특히 KIA 라인업에 배치된 강정호는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강민호도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뽐냈다.
클린업 트리오가 살아난 건 롯데와 두 번째 평가전 때부터였다. 추신수, 이대호, 김현수는 5안타를 합작했다. 특히 김현수는 5회 투런아치를 쏘아 올리는 등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무안타에 허덕이던 추신수도 안타 한 개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첫 평가전에서 맹활약한 강정호와 강민호는 이날 역시 각각 2안타 3타점,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 했다. 두 선수의 상승세는 KIA와 세 번째 경기서도 이어졌다. 4회와 2회 각각 투런포와 솔로포를 터뜨리며 3타수 2안타 2타점,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홈런은 하나 더 있었다. 그 주인공은 추신수. 5회 1사서 조태수의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그는 롯데와 마지막 평가전에서 3안타 3타점으로 첫 멀티히트를 남기며 아시안게임 청신호를 켰다.
경기를 치를수록 타선의 집중력은 강해졌다. 마지막 평가전에서 때린 안타는 무려 22개. 특히 대표팀은 4회 타자일순하며 6득점했다. 이종욱은 3안타로 공격을 이끌며 중견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타선의 돌아온 손맛에 대표팀은 불안한 투수진에도 불구, 고무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대호는 이날 경기 뒤 “첫 경기인 대만전을 잘 치르면 이후부터는 편안하게 갈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 한 관계자는 “프로 2군과 경기였지만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김태균마저 가세하면 방망이는 더 없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전 라인업의 윤곽은 거의 뚜렷해졌다. 일본시리즈에서 안타를 터뜨리며 지바롯데를 우승으로 이끈 김태균은 합류와 동시에 1루 자리를 맡는다. 베테랑 박경완은 포수 마스크를 쓰고 매서운 타격감을 선보인 강민호는 그 뒤를 받친다.
이대호는 지명타자 고정이 확실시된다. 김현수와 추신수도 이변이 없는 한 좌익수와 우익수로 각각 출전한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 중견수는 이종욱이 이용규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2루수는 정근우가 주전을 꿰찰 가능성이 높다. 당초 손시헌이 수월하게 입성할 것으로 보인 유격수 자리는 강정호와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특히 강정호는 내야 모든 수비가 가능해 아시안게임서 전천후로 그라운드를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3루수 역시 주인은 정해지지 않았다. 최정과 조동찬 모두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어 마지막까지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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