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2일 막을 내린 KBS2 월화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은 시청률에서만 본다면 흥한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인기 아이돌 가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일종의 '보험'을 생각한다면 기대에 크게 못미친 드라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성스 앓이'들이 주위에 넘쳐난다. 시청률 40%의 '제빵왕 김탁구' 부럽지 않은 '드라마 폐인'들이 인터넷상에서 부유하며 거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주로 여성팬들이 대부분이지만 연령대의 높고 낮음을 불문한다는 게 흥미롭다.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원작으로 한 '성균관 스캔들'은 '조선시대 청춘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솜씨좋게 펼쳐냈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결코 튀거나 강하지 않은 은은한 색채로 적당한 여백의 미를 제대로 살렸다.
첫 연기 도전인 박유천을 비롯해 그다지 연기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송중기, 유아인, 박민영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험을 강행했지만, 이들은 영리하게도 화면 안에서 노는 법을 알았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노련하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어맸다. 덕분에 우리 드라마에서 처음 선보인 '젊은이들의 연애사가 주된 사극'은 주위의 우려를 씻고 웰메이드 성공작으로 남았다.
인터넷에는 성균관 유생들이 쓰는 말투인 '하오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꽃선비' '걸오앓이' '선준앓이' '중기홀릭' 등의 신조어도 생겨나 드라마의 인기를 짐작케 했다. '성균관 스캔들'에 푹 빠진 주부가 가정을 돌보지 않아 집안꼴이 엉망이 됐다는 풍자유머 카툰이 많은 여성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젊은 신예들의 재발견도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이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특별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박민영은 똑 부러지는 연기로 '차세대 히로인'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박유천 역시 첫 연기 도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연출과 작가, 동료배우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 한단계 올라선 송중기와 유아인은 물론이고 하지원의 동생으로만 알려졌던 전태수의 가능성도 반가운 선물과도 같았다.
마치 지난 2개월간 짧지만 뜨거운 연애를 하고 헤어진 것같다. '성균관 스캔들' 꽃선비들과 작별은 많은 팬들에게 두고두고 아쉬운 여운으로 남을 듯 하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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