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종합검사·신 사장 검찰조사 등 '산넘어 산'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류시열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직무대행(사진) 체제가 1일 공식 출범한다. 신한금융 내홍 사태가 시작된 지 딱 2개월 만이다.
신한금융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태평로 본점에서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퇴임식과 류 직무대행의 취임식을 갖는다. '신한 사태' 수습의 본격적인 신호탄인 셈이다. 라 회장이 52년 금융인생을 접는 쓸쓸한 퇴장이기도 하다.
류 직무대행의 공식 직함은 '회장'이다.
지난달 30일 이사회 결정에 따라 직무대행에 선임된 류 회장은 일요일인 31일에도 아침 일찍 출근해 지주사 각 부서별 업무보고를 받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날은 부장 이상 전 임원이 배석했다. 두 달째 '비상'이 걸려있던 신한금융이 수장 교체 후 이사회 중심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라 회장 제재 확정,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에 대한 검찰조사, 금감원의 신한은행 종합검사 등 아직 신한금융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금감원은 오는 4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실이 확실한 만큼 금감원의 사전 예고처럼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또 다시 신한은행의 도덕성 시비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또 8일부터는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한다. 강도 높은 조사가 예정돼 있어 신한금융 내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주 중으로 예정된 신 사장 소환도 뇌관이다. 조사 내용에 따라 이번 일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질 경우 신한금융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검찰은 신 사장 소환이후 이백순 신한은행장과 라 회장도 따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사회에 결정에 따라 조직안정과 후계구도 확립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특위 구성 및 류 회장의 특위 참여 등을 놓고 4명의 재일교포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지는 등 험난한 행로가 예상된다.
직무대행으로 결정된 직후 류 회장은 "사사로운 욕심으로 자리를 맡은 것이 아니다"라며 "특위와 함께 조직 안정과 지배구조의 새로운 정착을 목표로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고 강단있는 태도롤 보였다. 조직안정과 납득만 한 후계구도 확립이 가장 큰 숙제다.
류 회장은 라 회장과는 1938년생 동갑내기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61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부총재를 지냈다. IMF 외환위기 전후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맡았고 2002년부터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신한금융 사외이사와 비상근이사로 활동해왔다.
한편 라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등기이사직은 유지키로 했다. 주주총회가 있는 내년 3월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이지만 사실상 금융계에서의 퇴장이다.
라 회장은 1959년 농업은행에서 금융인 인생을 시작했다가 창립멤버로 신한은행에 입사했다. 지난 91년 신한은행장에 선임되면서 은행장만 3연임, 지주사 대표이사만 4연임하면서 상고 출신 신화를 써왔다.
김민진 기자 asiakm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