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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경대 벼랑에 올라 가을을 내려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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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가을빛 물든 호젓한 반야사 문수전&월류봉에서 만난 가을풍경

[여행]만경대 벼랑에 올라 가을을 내려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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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가을은 다른 계절보다 짧아서 더 각별하고 애절하다. 이맘때면 늘 마음이 바쁘다. 당도하자마자 곧 떠나버리고 마는 가을을 잡기 위해서다. 바쁘게 '가을을 전망할 수 있는 곳'을 찾아나섰다. 되도록 단풍놀이 나온 인파들로 북적이지 않는 호젓한 가을이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그곳엔 왔다가 어느새 사라지고 마는 가을을 담아볼 수 있는 호젓한 반야사의 문수전과 한천팔경의 월유봉이 있다.

반야사로 드는 길은 온통 가을로 그득했다. 절집으로 드는 숲길은 단풍이 노랗고 붉게 물들었다. 짙게 물들어 가는 단풍이 산굽이를 돌아 흐르는 맑은 석천의 물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일주문을 지나 물소리를 따라 터벅터벅 걷다보면 가을의 정취를 가득담은 절집 '반야사'가 그림처럼 앉아있다.

[여행]만경대 벼랑에 올라 가을을 내려다 보다

720년 상원 스님이 창건한 천년고찰 반야사는 '지혜를 구하는 절집'이다. 절집의 이름인 '반야(般若)'는 불가에서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꿰뚫는 지혜'를 말한다. '반야'를 절집의 이름으로 삼은 것은 절집의 계곡에 문수보살이 깃들어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반야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더 와 닿는 건 요사채 뒤편에 흘러내린 돌무더기다.


절집이 마주한 백화산에서 무너져 내려온 돌무더기가 자연적으로 기묘하게도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다. 호랑이의 머리며 앞다리, 올려진 꼬리까지 힘차게 도약하려는 호랑이의 모습 그대로다.


극락전 앞의 배롱나무 두 그루도 눈길을 끈다. 500년은 족히 됐다는 배롱나무는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주장자를 꽂아놓은 것이 두 쪽이 나면서 자랐다고 한다. 백일홍이 피는 7~8월이 되면 반야사 경내가 꽃분홍빛으로 화사하게 물드는 장관을 맛볼 수 있다.


반야사에서 석천을 끼고 단풍 숲길을 따라 200m 가면 '가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암자 문수전이 그곳에 있다.


문수전에 얽힌 전설 하나. 조선 7대 임금인 세조는 지독한 피부병에 시달렸다. 백방으로 손을 썼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세조는 속리산 복천사에 9일 동안 머물며 법회를 열고는 신미대사의 청을 받아 반야사를 들렀다. 절집을 둘러보던 세조 앞에 문득 사자를 탄 문수보살이 나타나서 왕을 이끌고 물이 솟는 계곡으로 인도했다.

[여행]만경대 벼랑에 올라 가을을 내려다 보다


세조는 문수보살이 시키는 대로 계곡의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한 뒤에 씻은 듯 피부병이 다 나았다. 물의 기운이 영험하니 그곳이 바로 영천(靈泉)이고 계곡 바위를 문수바위(망경대)로 불렀다 한다. 문수보살은 암봉 망경대 위에 절묘하게 들어선 문수전에 모셔져 있다.


영천 앞에 우뚝 솟은 망경대는 온통 단풍으로 둘러싸여 있다. 물가의 암봉 위에 아슬아슬 올라앉은 문수전의 모습도 빼어나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문수전에 올라야만 볼 수 있다.


가파른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타고 10여분을 곡예하듯 벼랑을 오른다. 숨이 턱에 차 오를때쯤이면 탁 트인 경관이 펼쳐진다.


[여행]만경대 벼랑에 올라 가을을 내려다 보다

난간 너머 아찔한 벼랑 아래로 석천이 태극 문양처럼 굽이쳐 가는 모습도 장관인데 물을 끼고 있는 나무들까지 물감을 뿌려놓은 듯 화려한 단풍으로 물들었다. 다리품을 팔고 올라온 것이 헛되지 않을 그런 풍광에 넋이 빠질 정도다.


반야사를 나와 물길을 따라 7km를 달리면 석천의 맑은 물이 초강천을 만난다. 이 초강천이 절벽을 굽이쳐서 다시 한 번 선경을 빚어내니, 그곳이 바로 한천팔경의 월류봉이다.


월유봉은 백두대간 삼도봉 서편 민주지산에서 북상한 산맥이 황간면 원촌리를 내달리다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다.


월류봉은 '한천팔경' 중 제1경이다. 월류봉을 빼고 산양벽, 청학굴, 용연대, 법존암, 냉천정, 사군봉, 화헌악 등 한천팔경의 나머지 일곱 곳은 자취도 희미하고, 감흥도 크게 일지 않는다. 옛 선비들이 한천팔경을 지은 뜻이 오로지 월류봉에 있던 듯하다.


그 월류봉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가을색이 완연한 지금이다. 월류봉의 바위 벼랑에는 노랗고 붉은 단풍들이 울긋불긋 가을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또하나 월류봉의 절정은 단연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뜨는 때다. 달이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흘러 봉우리에 머무르는 장관을 볼 수 있어 음력 보름을 전후에 이곳을 찾는 이가 많다.


[여행]만경대 벼랑에 올라 가을을 내려다 보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월류봉 자락에는 화룡점정처럼 날아갈 듯 날렵한 정자가 세워져 있다. 태초에 한 몸 같은 정경은 단양의 '도담삼봉'과 견줄 만하다.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는 돌다리를 놨다. 다리를 건너면 모래밭과 미루나무가 있는 풍경과 마주한다. 어릴적 마을 앞 개천에서 흔히 보았던 낯익은 풍경이다. 정자에 올라본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맑은 물빛, 그 끝에 자리한 하얀색 별장(달이머무는 집)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 같다.


월류봉과 한천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발품이 필요하다. 월류봉 표지석 옆 자그마한 산길을 따라 1.2km쯤 가면 솔티마을 사람들의 휴식처인 쉼터다. TV인기프로인 '1박2일'촬영지로 유명한 곳. 쉼터에서 고향 뒷산 오르듯 30여분을 더 오르면 월류봉과 한천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이른다.


영동=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여행]만경대 벼랑에 올라 가을을 내려다 보다

△가는길=경부고속도로 황간나들목을 나와 황간역에서 우회전해서 황간면소재지를 지나 남성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이정표를 보고 가면 반야사다. 영동군 문화체육과(043-740-3201)


△볼거리=노근리는 6ㆍ25전쟁 당시 미군이 250여명의 양민을 학살한 현장. 황간 나들목에서 2㎞ 거리에 있다. 콘크리트 교각에 아직도 총탄 자국이 생생하다. 물한계곡은 골 깊고 물 맑은 경승지. 기암괴석과 폭포가 연이어 펼쳐진다.
이밖에 민주지산, 천태산, 영국사, 옥계폭포,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 와인터널 등도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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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경대 벼랑에 올라 가을을 내려다 보다

△잠잘곳=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물한계곡 인근의 펜션을 찾는 것이 낫다. 또 월류봉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달이 머무는 집'(043-742-4347) 등을 추천할 만하다.


△먹거리=황간역앞의 동해식당(043-742-4024)은 칼칼하게 매운맛을 내고 수제비를 떠넣은 올갱이국으로 유명하다. 식당은 허름하지만 하루종일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30여년 전부터 한천에서 잡아 올린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내는 월류봉앞의 한천가든(043-744-9944)은 민물매운탕과 복요리를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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