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현과 이지영, 홍진주 등 'LPGA투어 직행티켓'의 주인공들의 현재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국내에서 개최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2002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랭킹 상위권자에게도 출전권이 주어져 지난 9년 동안 한국선수가 7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진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국내 무대에서만 활동하던 선수들은 특히 이 대회 우승으로 'LPGA투어 직행티켓'이라는 전리품까지 얻어 '신데렐라'가 되기도 했다. '신데렐라'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신데렐라'의 원조, 안시현= 2003년 안시현(25)이 '깜짝 우승'을 차지하면서 '신데렐라'의 계보가 시작됐다. 우승 당시 입었던 핑크색 모자와 티셔츠는 우승과 동시에 완판될 정도로 '안시현 효과'는 컸다.
안시현은 2년간의 풀시드권을 받아들고 주저 없이 미국으로 향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이지영(25)과 홍진주(27ㆍ비씨카드)가 이 대회에서 각각 우승컵을 들어올려 '제2, 제3의 신데렐라'로 탄생했다.
세 선수는 그러나 지금까지 단 1승도 일궈내지 못했다. 안시현은 2002년 KLPGA 2부 투어 5개 경기 중 우승 3회, 준우승 2회로 대회를 '싹쓸이'한 유망주였고, 이후 2년간 국내 투어에서도 1승을 포함해 상금랭킹 상위권을 지켰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서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올 시즌에는 13경기에 출전해 최고 성적이 17위일 정도로 잊혀진 선수가 됐다.
이지영 역시 2005년 KLPGA투어에 합류해 '내셔널타이틀' 한국여자오픈을 거머쥔 실력파였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는 지난 8월 열린 캐나다여자오픈 준우승을 포함해 '톱 10'에 일곱 차례 진입해 상금순위 17위에 올라있어 그나마 낫다. 홍진주는 지난해를 끝으로 미국 투어를 아예 접었다.
▲ 미국은 '준비된 者'를 위한 무대= '신데렐라'들의 부진은 "준비 부족"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언어와 기후, 잔디 등 미국의 문화에 대한 적응과 훈련 없이 미국 무대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던 셈이다.
한국에서 다진 실력으로 일본을 거치거나 퀄리파잉(Q)스쿨을 거치는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선수들은 실제 '롱런'하고 있다.
요즈음에는 그래서 먼저 일본 무대를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후와 코스가 한국과 비슷한 일본에서 '적응기'를 갖는 쪽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안선주(23)가 대표적인 사례다. 안선주는 일본에 가자마자 4승을 수확하며 한국인 최초의 '상금여왕'까지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불황으로 LPGA투어가 크게 위축되면서 10월 현재 내년 확정 대회가 11개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자 한국이나 일본으로 회항하는 선수들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임성아(26ㆍ현대스위스저축은행)가 본격적으로 합류했고 최혜정(26)도 국내 대회 출전 수를 늘렸다. 임성아는 "미국에서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마음이 편해서 좋고 무엇보다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정일미(38)와 김주미(26), 송아리(24), 배경은(25ㆍ볼빅) 등은 국내 투어카드 확보를 위해 다음달 시드전에 출전한다. 올해도 LPGA하나은행챔피언십에 양수진(19ㆍ넵스)과 안신애(20ㆍ비씨카드), 이보미(22ㆍ하이마트) 등 국내 무대 주력선수들이 출전한다. 올해 탄생할 '신데렐라'는 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장외화제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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