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제너럴 모터스(GM)가 다음 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판매를 시작하는 전기차 '시보레 볼트'.
볼트는 LG화학이 단독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은 전기차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GM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시판을 예정한 곳은 중국이다. GM의 글로벌 판매 1위 시장으로서 대기 수요가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전기차에 대한 인프라는 물론 인식의 미성숙으로 인해 출시가 다소 지연될 수 있지만 내년 즈음에는 시범 운행을 위한 차량을 도로에서 마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볼트는 GM의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다. 지난 200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로 첫 선을 보인 이래 2년 5개월여의 개발 과정을 거쳤다.
내달 미국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볼트의 실제 양산 모델과 비교해 90% 완성 버전의 차량을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만났다.
중국 상하이에서 차로 2시간 30분 떨어진 저장성에 위치한 나인 드래곤 리조트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볼트 외에도 수소연료전지차 '시보레 에퀴녹스'와 이번 상하이 엑스포 SAIC-GM 전시관의 '꽃'으로 통했던 콘셉트카 'EN-V' 등 3종의 차량에 대한 시승 기회가 주어졌다.
우선 첫 번째로 시승한 차는 볼트였다. 외형은 여러 차례 공개가 됐지만 내부를 꼼꼼히 살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널찍한 앞좌석에 앉으니 조수석 사이 센터페시아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디오와 에어컨, 내비게이션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컨트롤 패널 보드가 하얀 바탕에 터치 방식으로 돼 있어 편리하면서도 인상적이다.
버튼키를 누르자 부드럽게 시동이 걸리면서 핸들 위의 계기판이 또다시 시선을 끈다. 속도는 물론 전기 충전 잔량과 운행 가능 거리를 알려주고 가솔린 엔진으로 추가로 주행 할 수 있는 거리까지 나온다.
가속 페달을 밟고 주행을 해보니 전기차와 일반 엔진차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느낌을 준다. 다만 100% 전기 모터로부터 일관된 힘을 받는 전기차의 원리대로 순간 가속력보다는 일정하게 가속이 돼 파워가 붙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더니 튀어나가는 힘이 더 강해졌다.
이날 시승 코스는 곡선이 많아 직접 테스트하지 못했지만 볼트의 최고 속도는 160km/h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이르는 시간은 9초라고 한다.
볼트는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뒤 최대 8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후 방전이 되면 1.4리터 가솔린 엔진 발전기가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 운행 장치를 가동하면 추가로 500km 정도를 더 갈 수 있다. 볼트가 여타 전기차와 달리 갖고 있는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완전 충전까지는 가정에서 120V 플러그에 연결하면 10~12시간, 볼트 전용 240V 충전기를 통하면 4~5시간 소요된다.
두 번째로는 시보레 에퀴녹스를 탔다. GM의 4세대 수소연료전지 기술로 제작된 차세대 친환경 차량으로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연료로 주행해 공해 물질 없이 수증기만을 배출한다. 특히 초기에 개발된 연료전지 차량과 달리 영하의 날씨에서도 시동과 운행이 가능토록 했다는 점이 최대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개인적인 소감으로 이날 시승을 통해 볼트보다 더 매력적이었던 차는 에퀴녹스였다. 4인승 크로스오버차량인 에퀴녹스는 뛰어난 정숙성을 보였고 5년 후인 2015년 무렵에나 상용화 계획이 있음에도 무리가 없는 성능을 발휘했다. 수소연료전지 특유의 고양이 울음소리의 소음이 다소 거슬렸고 보완할 점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합격점을 줄 만했다.
에퀴녹스는 수소연료 1회 충전으로 최대 320km까지 연속 주행이 가능하며 최고 속도는 160km/h. 제로백은 볼트에 3초 뒤진 12초 정도다.
다음은 에퀴녹스보다 상용화 일정이 훨씬 뒤인 말 그대로 미래차 EN-V 콘셉트카를 시승했다. EN-V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전 세계 언론 중 한국 기자단이 처음이었다. EN-V의 경우 GM의 모든 계획대로 개발이 이뤄진다면 2030년 즈음에는 도심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EN-V는 스케이트 보드의 원리를 적용했다고 생각하면 쉽다. 지난 2001년 미국의 발명가 딘 카멘이 개발한 1인용 이동 수단인 '세그웨이'와 유사하게 중력을 스스로 감지해 균형을 잡는다.
EN-V는 2인승으로 좌석에 앉으면 좌우로 핸들을 뽑아 편리한 방향에 위치하면 된다. 핸들은 조이스틱처럼 생겼으며 가속과 감속 모두 간단한 '밀당(밀고 당기기)' 조작만 하면 된다. 핸들 좌우에 달린 레바를 밀면 가속이, 당기면 감속이 되는 방식이다. EN-V의 최고 속도는 50km/h며 한 번 충전으로 40km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이날 시승은 안전상의 문제로 최고 속도를 10km/h로 제한했다.
EN-V는 미래차답게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무인 운전이 가능토록 제작됐다는 특징이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스스로 빈 공간을 찾아 주차를 할 수 있으며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정속 주행 능력도 갖췄다.
상하이(중국)=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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