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여야 입법전쟁의 막이 올랐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처리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국정감사가 아직 한창이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25일에 맞춰져 있다. 한나라당은 내달 11∼12일로 예정된 G20(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집시법 개정안 처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격돌이 예상된다.
◆한 "합의 안되면 강행 처리" vs 민주 "물리적 저지 나설 것"
한나라당의 입장은 강경하다. G20정상회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대비 차원에서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 민주당이 집시법 개정안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강행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지난 7월 이후 야간집회가 전면 허용됐지만 우려됐던 불법 폭력집회는 없었다며 여당의 강행 처리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G20 회의가 다가오고 있어 야당이 반대하면 집시법을 강행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와의 공조를 통해 집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G20정상회의 기간 중 각종 단체의 집회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과격 시위로 변질되면 대회 운영의 차질은 물론 국가 이미지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기류는 초강경이다. 최악의 경우 물리적 충돌로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집시법 개정안은 위헌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하고 총력 저지를 결의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이와 관련, "세계정상들이 1박2일 국제회의 한 번 하는 것을 이유로 국민의 소중한 기본권을 영구적으로 빼앗으려는 발상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집시법 개악시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與野 합의 결렬시 박희태 의장의 선택은?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간 합의가 물건너 갈 경우 주목되는 것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선택이다.
집시법 개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오는 22일 행안위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집시법 개정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간 갈등 끝에 행안위를 통과한다 해도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인 법사위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나라당의 선택은 결국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다.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경 기류를 고려할 때 한나라당은 야당과의 합의가 어려울 경우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박 의장이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G20이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앞두고 여당이 요구할 경우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부터 예산안 처리에 미칠 악영향과 정국 경색을 우려해 여야간 합의 처리를 주문하는 선에 그칠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국회의장실은 이와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은 집시법 직권상정과 관련, "여야간 합의 처리가 원칙이다.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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