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17세 이하 태극소녀들이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 FIFA U-17 여자 월드컵 일본과 결승전서 전·후반 90분과 연장전서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들어간 승부차기에서 5:4 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7세 이하 여자 대표팀은 역대 남녀 축구 통틀어 한번도 이루지 못한 FIFA 주관대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올해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 3위이며, 남자축구가 1983년 멕시코 20세 이하(U-20) 월드컵(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른 바 있다.
'슈퍼 골잡이' 여민지는 이날 골맛을 보지 못했지만 8골(3도움)로 득점왕(골든슈)에 올랐다.
'전통의 맞수' 한·일전다운 명승부였다. 17세 이하 여자축구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개인기와 불꽃튀는 승부근성이 빛을 발했다. 양팀은 경기 내내 한쪽으로 승부가 기우는 법 없이 한 골 씩을 차례로 주고 받는 숨막히는 승부를 펼쳤다. 일본이 개인기를 앞세워 한발 한발 도망가면 한국이 기습적인 공격으로 그 뒤를 밟으며 일본의 숨통을 옥죄는 모양새였다.
선제골은 한국의 몫이었다. 이정은은 전반 6분 하프라인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왼쪽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잡은 뒤 침착하게 중앙으로 치고나오며 그대로 오른발슛을 터뜨려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5분만에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일본의 왼쪽 코너킥이 문전 혼전 후 흘러나오자 나오모토 히카루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잡아 왼발 중거리슛을 올렸고 이것이 골키퍼 김민아 손을 맞고 굴절돼 골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국은 전열을 채 정비하기 전인 전반 17분에 또다시 역전골을 헌납했다. 다나카 요코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을 때렸고 이것이 골대 왼쪽 구석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역전골이 된 것.
그러나 전반 인저리타임 김아름의 기적같은 프리킥골이 터졌다. 김아름은 하프라인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를 직접 슈팅으로 때렸고 이것이 일본 골키퍼 키를 넘어 그대로 골망을 흔들며 짜릿한 동점골이 됐다.
후반들어 일본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일본은 후반 12분 요코야마 구미가 왼쪽에서 드리블해 찔러준 볼을 가토 치카가 문전 혼전 중 따낸 뒤 그대로 슛, 골망을 갈라 또다시 균형을 깼다.
한국은 후반 30분 장슬기가 중앙에서 때린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튕겨 나와 탄식을 자아냈다. 하지만 곧바로 이소담의 천금같은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이소담은 후반 34분 문전서 흘러나온 볼을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잡은 뒤 그대로 오른발 강슛을 때렸고 이것이 이번엔 크로스바를 살짝 스친 뒤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양팀은 결국 전후반 9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30분간 극심한 체력저하로 추가골에 실패해 결국 진땀나는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한국 승부차기 첫 키커이자 이날 선제골의 주인공 이정은이 히라오 골키퍼 정면으로 차며 튕겨나가 먹구름을 드리웠지만 일본 두번째 키커 와다의 킥이 크로스바를 넘겼고 한국의 여민지가 침착하게 성공시켜 균형을 맞췄다. 이어 나카다와 이소담, 하마다와 김다혜, 나오모토와 김아름이 차례로 성공시켰다.
그러나 무라마츠의 킥이 크로스바를 튕겨 나갔고 장슬기가 마지막 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켜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은 오는 2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