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유머의 여왕'에 등극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4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한나라당 여성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다양한 유머를 구사, 좌중의 폭소를 이끌어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동안 김무성 원내대표와 진영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이탈로 '차가운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다양한 유머를 준비해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킨 것.
박 전 대표는 이날 모임에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3단계' 개그 등을 소개한 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말만 하면 그럴듯한 것이 있죠"라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충청도 사람들이 말이 느리다고 하는데 춤을 추자고 할 때는 짧게 말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은 뒤, 정답을 모르는 여성 의원들에게 "출껴?"라고 스스로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밖에도 경상도 사람과 외국인이 버스를 기다리며 나눴다는 '영어 개그' 등도 인상 깊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이날 밥값을 계산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초대를 받아서.."라며 재치로 응수했고, 나경원 최고위원과 진수희·전재희 전·현직 복지부 장관의 축하턱에 대해선 "오늘만 날인가요?"라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유머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농담을 많이 준비해 유쾌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18대 국회 상반기 상임위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한 박 전 대표는 이날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농촌 주민들을 위한 물리치료 센터 건립 등 농촌 복지에 신경써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계파를 초월해 한나라당 여성의원 15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선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전 대표는 "특위위원장도 여성의원은 한 명 밖에 없는 등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의 지휘가 낮다. 다음 총선에선 지역구 여성의원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성 의원들의 건의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이 모임을 가진 것은 이 날로 두 번째이지만, 박 전 대표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박 전 대표가 대권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자리를 마련한 나경원 최고위원은 식사 전 인사말에서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이임과 진수희 복지부 장관의 취임, 김소남 여성위원장 당선과 새 비례대표 의원이 된 최경희 의원 등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의원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이런 모임은 일상적"이라며 "다른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인데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 나경원 의원의 어깨가 무겁겠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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