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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밀려드는 IT수출 화물에 '행복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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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아시아나 인천국제공항 전용 화물터미널 가보니

[르포]밀려드는 IT수출 화물에 '행복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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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이곳(화물 창고)에서 근무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올해처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적은 처음입니다."


지난 27일 비오는 오후 찾은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전용 화물 터미널에서 만난 화물 창고 총괄 책임자인 한교균 매니저는 산적한 화물을 제 시간에 보내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무전기 너머로 연신 운반차를 요청하는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실제 창고 안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미주와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 등 각국으로 보낼 화물을 분류하고 항공기에 적재하기 편하게 포장하면서 바쁘게 손을 놀렸다.


족히 축구장 20여개를 붙여놓은 것보다 더 커 보이는 화물 창고 안에는 이날 미주와 중국 등 세계 각지로 떠날 화물들이 수북했다. 국내 업체들의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최대 일주일이나 화물 발송이 미뤄진 적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올 들어 항공 화물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전자전기 업체의 위상이 높아진 덕분이라고 한다. 실제 자동 분류 기계 상단 우측에는 삼성과 LG의 간판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화물이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로부터 쏟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현장을 찾은 한 탑재 관리사는 "올 상반기 화물의 70% 이상은 LCD가 차지하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면서 반도체와 같은 항공 운송 의존도가 높은 IT 업계의 수출 물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 동안 연평균 28만t가량의 화물을 세계 각지로 실어 나른 아시아나항공은 올 들어 밀려드는 화물로 인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처음으로 화물 수송량 30만t을 돌파, 약 32만t의 화물을 수송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3월에는 인천발 항공 화물 월간 처리량이 지난 2007년 11월의 최대 기록을 넘어섰을 정도로 화물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덕분에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화물 비중은 30%대에서 최근 50%로 높아졌다.


덕분에 지난해 없던 연장 근무가 생활화됐다. 몸은 피곤했지만 직원들은 수출 역군이라는 자부심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새벽에 일하는 근무자들은 하루 평균 2~3시간씩 업무 시간이 늘어났으며 창고에서 근무하는 직원 대부분이 여름 휴가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장 작업에 열중하고 있던 한 직원은 "해외로 나가는 IT 부품은 모두 우리 손을 거친다"며 "우리가 바빠질수록 국내 업체들의 위상도 높아질 것을 생각하면 절로 흥이 난다"고 말했다.


[르포]밀려드는 IT수출 화물에 '행복한 비명'


창고 밖으로 나와 보니 계류장 역시 바쁘기는 매 한가지였다.
계류장에는 화물을 분류해놓은 팔레트를 화물기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후 중국으로 떠나는 B747 화물기에는 총 37장의 팔레트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계류장에 울려 퍼지는 엔진 소리로부터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 주황색 귀마개를 착용한 직원들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데도 묵묵히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직원은 "올해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따로 없어 피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화물을 실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의 성취감은 잊을 수 없다"며 밝게 웃었다. 또 다른 직원은 "업무량이 많아 사실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쌓인다"면서도 "연장 근무로 지난해보다 월급 봉투가 두툼해진 덕분에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이 다르다"며 힘들지만 보람찬 일상을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밤낮 없이 고생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통해 보상할 계획이다. 화물 터미널 고위 관계자는 "노조가 현재 사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센티브는 평균 월급의 100~150%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천=임혜선 기자 lhsro@
사진=이재문 기자 jae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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