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한동안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던 유로존 부채 위기가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재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유로존 경제 상황 속에서 아일랜드 금융권에서 촉발된 재정 위기가 주변국으로 쉽게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로존 재정불량국 중 하나인 아일랜드 은행권이 향후 몇 달 안에 250억유로(약 38조원) 규모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히 이번주 여름휴가가 끝나 본격적으로 거래가 활발해지는 유럽 채권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아일랜드 문제가 미약하게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던 유럽 채권 시장에 찬 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럽 은행권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난 5, 6월에는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가 고조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7월과 8월 초 스페인 등 재정불량국을 비롯한 유로존 재정적자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채권 시장은 다소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아일랜드 국채 금리가 요동치면서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확대됐다. 전일 아일랜드 10년물 국채와 독일 국채와의 금리 스프레드는 352bp로 지난 1991년 이래 최고 수준까지 벌어졌다. 이는 곧 아일랜드 은행권의 부채 상환 비용 상승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로니스 찬드라 라잔 바클레이스캐피탈 애널리스트는 "내달 아이랜드와 스페인 은행권은 채권 발행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야한다"면서 "발행 비용 규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 역시 은행권에 대한 지원 비용으로 인해 아일랜드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하고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 향후 추가적인 등급 하향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버트 그로슬리 씨티그룹 스트래티지스트는 "현재 잠재적인 문제점은 아일랜드 지역의 부채 위기가 아니라 이것이 유럽 주변 국가들로 번져나갈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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