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위원장 김응석)가 지난 27일 외주 드라마에 대한 무기한 촬영 거부에 돌입했다.
한예조는 지난 27일 긴급대의원대회를 열고, “미지급 출연료를 완전히 해결하고, 앞으로 다시는 미지급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할 때까지 외주 드라마 전체에 대해 무기한 촬영을 거부한다”고 결의했다.
이에 따라 KBS2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비롯해서 MBC 주말드라마 '글로리아', '김수로',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 '나는 전설이다' 등 인기 드라마의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다음 달 1일자로 공중파 방송3사를 상대로 외주드라마 13작품 에 대해 촬영거부에 들어간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록 현재는 출연료 미지급이 발생하지 않은 작품이라도 향후 언제든지 미지급될 수 있다”며 “제작사와 방송사가 공히 출연료를 제 때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촬영거부는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예조 자체 집계에 따르면, 출연을 하고도 출연료를 받지 못한 미지급 누계 금액이 7월말 현재 총 43억6천800여만원에 이른다. 김응석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제작사와 방송사를 상대로 미지급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으나 상황이 전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미지급이 관행이 돼 스태프와 연기자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사회에서 임금체불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바로 스태프와 연기자들일 것”이라며 “그동안 사회의 공인이라는 시선 때문에 신중히 행동해 왔으나 방송3사가 도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한예조가 촬영거부까지 불사하게 된 것은 외주제작사들이 경영난에 빠져 만성적으로 출연료를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저가 덤핑 발주로 취약한 외주제작 시스템에서 공중파 방송3사가 1,677억원(방송통신위원회 발표자료 ·2009년 기준)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은 “방송사들이 압도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승자 독식 논리에 빠져 있다”며 “방송산업을 균형있게 발전시키자는 좋은 취지에서 외주제작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오히려 공중파 방송3사가 이를 악이용해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됐다”며 미지급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대까지 결사적으로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김 위원장은 촬영거부(준법투쟁) 중이라도 방송 3사와 대화 채널을 열고 사태 해결을 위해 계속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예조는 다음 달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촬영 거부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고재완 기자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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