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갈길 잃은 010 번호정책…"바꾼 사람만 바보?"

이미 010 번호 변경한 사용자, 01X 번호 다시 쓰는 것은 불가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010 번호 강제 통합 정책을 유보하고 한시적으로 01X 사용자들에게 3세대(3G) 서비스 사용을 가능한 정책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와 시민들 모두 혼란에 빠졌다.


2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01X 가입자의 3G 전환을 3년간 한시적으로 가능한 정책안을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까지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방통위는 010 번호 강제 통합 정책을 고수하지도 않고 이를 포기하지도 않은 셈이다.

010 번호 통합 정책은 011, 016, 017, 018, 019 등 통신사마다 달랐던 가입자 식별번호를 010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조기 전환을 위해 3세대(3G) 서비스를 가입할 경우 강제로 010 번호를 사용하게 만들었다.


전체 휴대폰 가입자 중 010 번호 사용자가 80%를 넘을 경우 강제로 번호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취지였다. 식별번호로 인해 특정 이통사에 과도하게 소비자가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010 번호 사용자가 80%를 넘자 문제가 복잡해졌다. 시민단체 등은 010 번호 강제 통합을 반대하고 나섰고 식별번호로 인한 통신사의 쏠림현상 등도 3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사라지자 당초 내세웠던 정책 목표를 고수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들이 나왔다.


범 국민적 이슈로 급부상한 스마트폰이 3G로만 출시되고 있는 점도 010번호강제통합 정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01X 사용자에게 스마트폰을 비롯해 원하는 서비스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서도 이용경 의원이 01X 가입자들에게 3G 서비스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고 방통위 내부 상임위원들 중에서도 정책 목표가 이미 달성된 만큼 010 강제 통합은 무의미 해졌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결국 방통위는 기존 01X 사용자들이 3년 후 010 번호로 바꾸겠다는 전제하에 같은 통신사에 한해 3G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010 번호통합의 대안으로 고려됐던 번호표시 서비스도 도입된다. 번호표시 서비스는 010 번호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도 전화를 걸고 받을 때 01X 번호가 표시된다. 실제로 010으로 번호는 바꿨지만 01X 번호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통위의 방침에 한국YMCA, 010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가 3년후 의무전환을 전제로 01X 가입자에게 3G 가입을 허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통신사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따른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3년후 의무전환을 전제로 한시적 가입을 허용한다는 것은 통신사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며 "01X 번호를 반납 받은 뒤 재 활용하는 것도 아닌데 왜 아예 폐지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이미 2000만명에 달하는 01X 번호 이용자 중 부당하게 기존 번호를 반납할 수밖에 없었던 이용자들이 010 번호 전환 직전에 사용하던 번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이 같은 의견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이동통신사가 이미 010 번호 변경을 마친 사용자들의 01X 번호 정보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번호를 회수한지 6개월이 되면 관련 정보를 삭제하고 있다. 010 번호 변경을 마치고 01X 번호를 반납한 사용자들의 경우 어떤 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는지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미 회수돼 폐기된 번호를 사용자에게 재분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현재 번호이동 후 번호연결 서비스 등으로 01X 번호를 유지하는 사람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