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북쪽에 110여발의 해안포를 예고없이 발사한데 이어 추가도발이 예상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북한은 9일 오후 5시 30분부터 33분까지 백령도 북방 NLL인근 해상으로 10여발, 오후 5시 52분부터 6시 14분까지 연평도 북방 NLL인근 해상으로 100여발의 해안포를 각각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해안포사격은 우리군의 서해 합동해상기동훈련을 마친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특히 북한이 110여발의 해안포를 쏘면서 NLL을 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철저하게 계산된 조준사격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1월 포사격 훈련때 400발 이상을 쏘면서 단한발도 NLL을 넘기지 않았다. 또 1월 사격때는 미리 항행 금지구역을 선포했지만 이번에는 단한마디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사격훈련을 감행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서해훈련기간에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K-9자주포와 155mm, 105mm 견인포 사격훈련을 한 것에 대한 대응사격"이라며 "북한군은 통고문 등의 형식으로 수차례 경고했던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을 실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추가 도발이다. 북한의 도발은 ▲해안포 사격으로 인해 우리 측 함정이 남하해 있는 틈을 타고 NLL 침범 ▲해안포 사격을 중단하고 나포된 대승호를 이용한 인질카드 ▲추가 해안포사격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등을 겨냥한 단거리미사일발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북한 서북지역의 섬과 해안가에는 사거리 27km인 130mm해안포와 사거리 12km인 76.2mm해안포, 사거리 17km인 152mm 평곡사포 등이 집중 배치됐다. 백령도와 연평도는 북한 해안포가 배치된 서해 도서까지 12~17km 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두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지역에 배치된 유도탄기지의 레이더가 가동되거나 해안포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해군 함정을 안전구역으로 피항 시키고 있다"며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NLL지역의 침범도 우려돼 감시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포된 대승호의 신병처리를 장기화해 대남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선원들에게 불법조업혐의를 씌우거나 간첩으로 몰아붙이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승호를 단속해 조사한 다음날인 9일까지도 공식발표 없이 침묵을 지켰다. 지난해 7월 북한 수역을 침범해 북한당국에 예인됐던 연안호는 나포 하루만에 남측에 전통문을 보내고 4일 뒤에는 조선중앙통신이 공식보도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은 대승호 사건을 남한을 압박하는 호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추가 해안포사격이나 단거리 미사일발사 가능성도 높다. 서해안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훈련에 대한 군사적 반발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내달 초순 소집하는 44년만의 당 대표자회가 코앞에 다가와 있고 이 행사를 통해 '김정은 권력승계'의 공식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주민결속을 유도하기 위해 추가도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군사적 보복을 주장해왔던 북한의 입장에서는 서해 NLL의 불안정정을 극적으로 부각해 미국과 남한의 대북압박 강도를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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