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미국 캘리포니아다.
온통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인공으로 만든 녹색단지가 뚜렷하게 경계선을 그으며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LA 다운타운에서 1시간 거리의 코로나시 이글글랜(Eagle Glenn)골프장이다. 서부영화에 나오는 장면 같은 삭막한 산야다. 하지만 카트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다 보니 정신이 없다.
골프에 집착하면 주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하게 된다. 이곳은 그러나 12번홀에서 퍼팅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코로나시 뒤편의 저 멀리 구름 속에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아름다운 산세를 바라보며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다음 홀은 작은 상 정상이다. 여기서는 코로나시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택들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독수리의 영혼이 살아있다는 이글글랜골프장은 게리 로저(Gary Roger)가 설계한 코스다. 18홀 규모에 전장 6930야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열려 유명세도 있다. 사막 속에 인공 호수를 만들고 산을 달래고 평야를 밀어 친환경골프장을 조성한, 코로나시의 주민을 위한 스포츠시설로 건립한 골프장이다.
코스는 무척 어렵다. 마치 골퍼들의 담력을 테스트하는 것처럼 도그레그 홀과 업힐, 다운힐이 교차하고, 한 타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실수라도 하면 독수리의 영혼이 잠들어있는 선인장 밭으로 공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아름답게 꾸민 한국의 정원골프장에 익숙한 한국골퍼들은 고통의 연속일 수도 있다.
골프장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독수리 서식지로도 유명해 골프장 상징에도 독수리를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라운드한 날에는 푸른 창공 위를 빙빙 선회하는 독수리는 한 마리밖에 볼 수 없었다. 대신 검은 물닭들이 군락을 이루어 코스 위의 풀씨를 쪼는 장면도 괜찮았다.
라운드도중 '방울뱀을 조심'하라며 똬리를 틀고 있는 뱀까지 그려 넣은 입간판은 골퍼들에게 오싹할 만큼 공포감을 전해주기도 한다. 세계 어느 골프장을 가나 핸디캡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골프다. 사막코스에서의 라운드 경험을 토대로 다시 한 번 더 많은 연습을 해야겠다는 마음의 숙제만 잔뜩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
글ㆍ사진= 김맹녕(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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