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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 "영어 못하면 해고"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회사가 영어학원비를 지원하고 매주 월요일 아침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며 직원들이 영어 단어장을 손에 쥐고 출근하는 모습은 비단 일본에 있는 외국 기업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최근 몇 달 사이 일본에서는 주간 회의를 영어로만 진행하고 영어로 업무를 볼 뿐 아니라 구내식당, 엘리베이터에 있는 게시판까지 영어로 도배를 하는 토종 기업들이 급증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일본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라쿠텐(Rakuten)은 2012년부터 전 직원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업무를 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조차도 물론 영어로만 말해야 한다. 만약 영어가 안되면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 라쿠텐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직원들에게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영어를 강요받는 회사는 라쿠텐 뿐만이 아니다. 소니, 닛산 등 외국인 CEO를 둔 일본 기업에서부터 유니클로, 니폰시트글라스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한창인 기업들까지 다양하다. 뉴욕, 런던, 베이징 등에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유니클로는 2012년부터 직원 중 한명이라도 외국인이 있으면 회의는 무조건 영어로만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영어 사용을 강요하면서 트위터, 블로그, 언론을 중심으로 찬반 논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기업의 글로벌화를 감안할 때 타당한 제도라고 동의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기업들의 이러한 정책들이 일본 사회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자동차기업 혼다의 이토 타카노부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에서 영어로만 말해야 하는 정책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34개 선진국 가운데 지난해 영어 평가시험 토플(TOEFL) 성적이 가장 낮은 국가다. 아시아 전 지역에서는 라오스 다음으로 성적이 낮았다.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은 "일본은 교육을 잘 받았지만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모인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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