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한국과 리비아간 외교 갈등과 관련해 현재까지 알려진 표면적 이유는 국정원 직원의 스파이혐의다. 이 직원이 건설공사 관련 정보수집 등 일상적 활동이 아니라 국가기밀, 특히 리비아에서 가장 금기시 하는 무아마르 알 카다피 국가원수에 관한 정보를 캐내려 했다는 것이 리비아 측의 주장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현지 언론들이 "3개월간 미행한 끝에 한국직원을 체포했다"고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애초부터 집요하게 추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소환조사, 선교사 구 모씨와 한국인 농장주 전 모씨 구속 등 일련의 사태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리바아 현지에서 근무하는 한국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존에 알려진 내용 외에 몇 가지 내용들이 추가된다. 우선 리비아정부가 최근 대대적인 사회정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과 연계하는 시각이다. 현지 관계자는 “리비아의 최대 현안중 하나는 카다피 국가원수가 7남매 중 누구를 후계자로 선정하느냐는 것인데, 최근에도 이 문제가 민감하게 대두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차원으로 부정부패, 비리, 뇌물수수 척결과 같은 내부정화운동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뇌물수수 혐의 등을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한국기업들을 소환조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이유로 한국 측에 통보없이 주한 경제협력대표부를 사실상 폐쇄하는 등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강경조치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한국과 리비아간 극심한 무역불균형이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에 대한 리비아의 ‘서운한 감정’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기업의 대(對)리비아 투자금액은 3400만달러인 반면 건설사들이 리비아에서 수주한 금액은 31억달러로 100배에 육박한다. 수출입 통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지난해 우리기업들은 리비아 수출 규모는 12억3500만달러이지만, 수입은 290만달러에 불과했다.
리비아 현지 관계자는 "한국과의 정치적 교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업체들이 비교적 큰 공사를 많이 수주하고 있다"며 "리비아 쪽에서는 자기들이 주는 만큼 최소한의 것을 받았으면 하는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리비아 측은 최근 대사관 등과 면담에서 자국이 한국 제품을 수입하고, 건설 수주를 도와주는 것에 비해 한국이 투자하는 것은 거의 없다며, 투자 활성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에 근무하는 다른 관계자도 "리비아는 자존심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국가"라며 "자기네들이 오랫동안 혜택을 준 것이 많은데, 한국은 섭섭하게 한다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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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 s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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