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복수의 한국기업 주재원들에 따르면, 리비아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2주간 자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소환조사를 단행했다. 조사 대상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LG상사 등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 다수가 포함됐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돼 구금되거나 추방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재원은 "지난달 국정원 직원이 추방되기 직전부터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기업 지사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약 2주간 조사를 진행했다"며 "특정 국적의 기업에 대한 줄소환은 이례적이며, 한국기업 조사는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주재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리비아 측은 우리기업들이 당국·현지업체 등과 수주계약을 체결할 때 뇌물수수와 같은 불법행위가 없었는지를 중점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환조사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양국 간 외교마찰과 연관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른 주재원은 "모든 업체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은 것은 아니며, 업체별로 조사받은 항목도 다르다"며 "결국 시기상으로 국정원 직원 추방 등 외교적 마찰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의 외교마찰이 한 달 보름 이상 지속되면서 기업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부 업체는 리비아 당국의 도청 우려까지 제기하는 등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리비아가 특정 국가와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때 기업인들에게도 칼날을 겨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카다피 국가원수의 아들 부부가 스위스에서 가정부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발행하자, 리비아 측은 자국에 진출한 스위스기업들에 추방령을 내리고 비자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올 초에는 미국 국무부의 논평에 반발해 자국 소재 미국 석유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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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 s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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