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女월드컵]한국, 사상 첫 4강 진출…멕시코에 3-1 승

[아시아경제 이상철 기자]소녀 태극전사들이 대형 사고를 쳤다.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청소년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오전 1시 30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FIFA U-20 여자월드컵 2010 8강전에서 2골을 넣은 이현영(여주대)과 지소연(한양여대)의 연속골을 묶어 나탈리아 고메스 준코가 한 골을 만회한 멕시코를 3-1로 이겼다.

전반 14분 이현영이 아크 정면에서 감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 득점을 터뜨리며 리드를 잡은 한국은 14분 뒤 지소연이 그림 같은 프리킥 골을 넣어 2골 차로 달아났다. 이어 후반 22분 이현영은 김나래(여주대)의 긴 패스를 받아 중앙 돌파를 시도해 세 번째 골을 넣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멕시코는 후반 38분 고메스 준코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한 골을 따라 잡았으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남은 시간이 부족했다.

이로서 한국은 2004년 대회 이후 두 번째 출전 만에 4강 진출의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북한, 일본 등 아시아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한국이 FIFA 주관 대회에서 4강에 오른 건 남자 청소년대표팀의 1983 U-20 월드컵과 남자 국가대표팀의 2002 한일월드컵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은 오는 29일 오후 10시 30분 보훔에서 개최국 독일과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다툰다.

4강 상대인 독일은 역대 우승 1회(2004년)와 3위 2회(2002년, 2008년)를 차지한 강팀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8강전에서 북한을 2-0으로 꺾는 등 4전 전승 13득점 4실점으로 가장 위협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한국은 멕시코전에서 정혜인(현대제철)과 지소연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는 4-4-2 전형 카드를 꺼냈다. 조별리그 스위스전 및 가나전에 선발 출전했던 선수들이 모두 베스트11으로 나왔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드에서 볼 점유율을 높이며 유기적인 짧은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갔다. 지소연은 2선으로 내려와 정확한 패스로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줬다.

좋은 흐름을 타던 한국은 전반 14분 만에 선제 득점을 터뜨렸다. 지소연의 오픈 패스를 받은 이현영이 압박이 느슨하자 아크 정면에서 그대로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볼은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1분 뒤 이현영은 또 한 번 득점 기회를 얻었다. 지소연이 왼쪽에서 띄운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볼은 골문을 외면했다.

1-0의 리드 속에서 경기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계속 펼치던 한국은 전반 28분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정혜인이 유독한 프리킥을 지소연이 키커로 나서 기가 막힌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로 연결한 것. 지소연은 이번 대회 6호골로 득점 선두인 알렉산드라 포프(독일)를 1골 차로 뒤쫓았다.

한국은 전반 30분 이후 멕시코에게 경기 주도권을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멕시코의 선 굵은 플레이에 대한 방어가 잘 이뤄지지 않으며 페널티 에어리어 안팎에서 여러 차례 슈팅을 허용했다. 그러나 레나에 쿠엘라르 등 멕시코 선수들의 마무리 부족으로 실점을 허용하진 않았다.

멕시코의 파상 공세는 후반 들어서도 계속됐다. 멕시코는 샤를린 코랄과 쿠엘라를 앞세워 공세를 펼쳤으나 수비를 두껍게 한 한국의 골문을 쉽게 열지 못했다.

오히려 골은 한국의 몫이었다. 잔뜩 움츠렸던 한숙은 빠르고 효과적인 역습으로 멕시코 수비를 무너뜨렸다. 김나래가 하프라인에서 수비 뒤로 길게 찬 걸 이현영이 달려들어 잡아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차 넣었다.

이현영의 골은 거세게 몰아붙이던 멕시코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멕시코는 후반 29분과 후반 37분 쿠엘라르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렸으나 후반 38분 고메스 준코의 중거리 슈팅으로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지난 칠레대회 우승팀 미국을 8강에서 탈락시키는 이변을 일으켰다.

나이지리아는 전반 9분 앰버 브룩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34분 헬렌 우카오누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를 치렀다. 나이지리아 4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시킨 데 반해 미국은 첫 번째 키커인 크리스틴 나이른과 네 번째 키커 시드니 르루가 실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