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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도 지방정부 재정 '빨간불'

수도요금도 못내는 지방정부 수두룩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미국 50개주 가운데 46개주가 재정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스페인 지방정부의 재정적자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 33% 디폴트 위기 = 13일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스페인 지방정부 가운데 3분의 1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올해 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스페인 현지언론인 엘에코노미스타는 스페인 남부 자치지방 지역인 안달루시아의 대다수 지방정부가 이미 큰 위기에 처해 디폴트에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페인 전역 8000개 지방정부 가운데 400개 이상이 전력, 수도, 전화 요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마드리드 근교 세니센토스의 지저스 마누엘 엠페로 시장은 “지난달 급여를 지급할 수 없었다”며 “나 뿐만 아니라 의원들 역시 지난 2년동안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밝혀 재정난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한 “직원들에게 급여를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수치스럽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지방정부 연맹은 지방정부 대부분이 내달 임금을 삭감해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며 서서히 질식상태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페드로 아라휴테스 스페인 지방정부 연맹의 재정위원회 대표 겸 세고비아 시장은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인해 지방정부의 세수가 최대 30% 낮아졌다"며 재정난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한 "중앙정부의 내핍정책으로 지원금이 20%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지방정부 연맹은 중앙정부 채무에 대해 2012년까지 모라토리엄을 요청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의 7500억유로 구제금융을 보증하기 위해 임금을 5% 삭감했다.


◆경기침체 장기화 문제 키운다 =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 불과하다. 때문에 시의회의 디폴트에 따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페인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문제는 달라진다.


최근 설문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 GDP가 0.8% 감소하고, 내년에는 제로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업률은 19.9%로 미국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 1930년대 초 침체기 때의 경험으로 볼 때, 침체가 2년 이상 지속되면 심각한 사회적 긴장을 불어온다는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스페인의 경제 전망은 이견을 보였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스페인 경제가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주 스페인 정부의 60억유로 규모 국채 입찰경매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을 비롯한 아시아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입찰 수요를 끌어들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페인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받은 단기 자금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균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스페인 은행들이 위기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최소 500억유로에서 최대 900억유로 규모의 신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RBS의 자크 카이유 애널리스트는 “모든 채권에 30% 정도의 심각한 손실이 발생한다면 스페인은 GDP 대비 40%에 달하는 4000억유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며, 스페인을 제외한 유로존 15개국은 유로존 GDP의 15%에 해당하는 1조3000억달러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기 전 EU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페인 중앙정부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의 금융안정기금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필요할 경우 즉시 이용 가능한 구제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RBS는 스페인 정부의 긴축이 명목GDP 성장을 악화시키면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악순환이 지속, 스페인의 공공부채가 2017년 GDP 대비 12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유럽 채권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13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A1으로 두 단계 하향조정했지만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포르투갈 국채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오히려 4bp 하락했기 때문.


또한 그리스는 이날 16억유로 규모의 6개월물 국채를 4.65% 금리에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그리스 국채 CDS 프리미엄은 40p 하락한 770bp 기록해 6월 초 이후 가장 낮아졌다.


이에 대해 마킷의 가반 노란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이미 포르투갈 국채를 정크 수준인 BB 등급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스가 발행한 국채는 단기채이기 때문에 시장이 회복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EU 구제금융 기간인 2년 반을 넘어서는 기간의 채권 발행만이 시장을 평가하기에 의미있다”고 말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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