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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멀티숍' 원스톱쇼핑

"이 매장 저 매장 발품 팔지 마세요"
패션의 완성 '편집매장' 뜬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쇼핑광 한파선(가명)씨. 내로라하는 패션 브랜드는 일찍이 섭렵한 그가 요새 자주 찾는 곳은 편집매장, 이른바 '멀티숍'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곳에서 모든 패션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야 볼 수 있던 '희귀' 브랜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편집매장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13년 전, 이곳에 처음으로 '지스트리트(G STREET) 494'라는 매장이 들어섰다.


다양한 유럽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서 팔기 시작한 이곳은 금세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전까지 국내 백화점들의 패션MD는 '한 브랜드, 한 매장'이라는 방식이 대부분이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이스트관 3층에 자리한 이곳은 여전히 20대 후반부터 40대에 이르는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다.

꼼데가르송, 제로 마리아 코네조, 헬무트 랭, 포릭 스위니 등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브랜드를 꾸준히 소개해 올 들어서도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다.


이처럼 상품성이 담보되지 않은 브랜드를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자본여유가 있는 백화점측에서 직접 상품을 사들여 오기 때문. 담당 바이어들이 직접 현지를 찾아다니며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찾아다니고 해외에서 호평 받는 브랜드를 발빠르게 국내에 들여와 소비자 눈높이를 끌어올린다는 평도 듣는다.



이 백화점은 이같은 편집매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감안, 몇 해 전부터 다양한 패션부문에서 편집매장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방원대 글로벌사업부 차장은 "G STREET494를 비롯해 항상 새로운 패션과 트렌드를 제안하는 갤러리아 편집매장은 개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오는 10월에는 점차 늘고 있는 남성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남성 클래식 멀티숍을 새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편집매장의 시초, 첫 해외매장은 청담동에
편집매장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세계 3대 패션도시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 밀라노다. '유럽의 안나 윈투어'라 불리는 까를라 소짜니(Carla Sozzani)는 1991년 밀라노 외곽 지역의 지명을 그대로 따 새로운 형태의 콘셉트 스토어, '10 꼬르소 꼬모(Corso Como)'를 처음 선보였다.


패션뿐 아니라 미술, 음악, 디자인, 라이프 스타일을 전부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이 매장이 들어선 이후 평범했던 거리는 전 세계적인 패션의 명소가 됐다. 이곳은 쇼핑공간인 동시에 카페와 갤러리, 서점, 레스토랑 기능을 겸하고 있다.


우리말로 '꼬모 가(街) 10번지' 정도의 뜻을 가진 이 매장은 전 세계 모든 편집매장이 본받고 있을 정도다. 출판과 관련한 일을 하던 까를라 소짜니는 애초 잡지의 형식을 고스란히 옮기려고 했기 때문에 갤러리와 서점에 중심을 두고 공간을 구성했다.


디자인과 패션을 중심으로 현재는 카페와 부틱호텔 공간까지 갖췄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만약 이탈리아인이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대해 어떤 증거가 필요하다면 바로 '10 꼬르소 꼬모'만 확인하면 된다"고 평했을 정도다.


2008년에는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청담동에 매장을 오픈하며 '밀라노 이외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깼다. 당시 국내 패션계 종사자들은 놀라면서도 환영했다.


국내 운영을 맡고 있는 제일모직 관계자는 "자신만의 패션철학이 확고한 소짜니 여사가 제일모직의 글로벌 역량을 인정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외매장을 운영하게 됐다"며 "단순히 많이 팔리는 문제를 떠나 감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문화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 3개층, 1400㎡로 운영되는 서울 매장은 남녀 의류를 비롯해 액세세리, 서점,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 미국, 영국, 벨기에 등 각국 106개 패션브랜드가 구비돼 있다. 이 브랜드들은 모두 카를라 소짜니가 직접 발굴하고 선택한 것들이다.


◆백화점, 편집매장 효과 '톡톡'
국내 주요 백화점들도 저마다 특화된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개별 브랜드별로 매장이 운영되는 게 아니다보니 백화점에서는 남성·여성·신발·잡화 등 층별 카테고리와 비슷하게 나뉘어져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남성복 매장에 있는 '다비드 컬렉션'은 남성전용 액세서리 전문편집매장으로 지난 3월 첫선을 보였다. 오픈 이후 석달간 매출액은 5억2000만원 수준. 이전에 있던 매장보다 80% 이상 늘어났으며 각 매장에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을 때보다도 45% 가량 늘어난 수치다. 던힐, 겐죠 등 수입브랜드를 비롯해 닥스, 니탄 등 국내 유명브랜드까지 망라한다. 커프스와 팬던트, 데스크 웨어 등 다양한 품목을 다루고 있으며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다고 백화점측은 설명했다.




이전까지 백화점에 입점해있지 않던 신진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매장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영등포점에 있는 '픽앤추즈'는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동 등 국내 패션 1번지라 불리는 곳에 개별적으로 있던 모노숍 브랜드를 취급한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전문직 여성고객이 주로 찾는 이곳은 다른 매장에선 찾기 힘든 독특하고 신선한 디자인과 소재의 옷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로 10년 넘게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지디에스(G.D.S)' 역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디자이너 김재현의 '쟈뎅 드 슈에뜨', 디자이너 최지형의 '쟈니 헤이즈 째즈', 디자이너 홍혜진의 '스튜디오 K' 등 서울시가 최근 세계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선정한 10명의 디자이너들은 몇 해 전부터 이곳에서 자신의 옷들을 선보인 바 있다. 이곳이 인기를 끌면서 백화점측은 남성복 코너에 비슷한 콘셉트로 '맨 G.D.S'를 열기도 했다.


◆편집매장도 특색있게
국내 여성 캐주얼브랜드 매긴(McGINN)은 최근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며 자체적으로 편집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브랜드는 매긴 셀렉트라는 별도 라인을 새롭게 선보였으며 이 라인은 패리스 힐튼, 오프라 윈프리, 린제리 로한 등 세계 유명인사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제이케이씨(JKC, 제시카 카간 쿠쉬맨), 폴앤조, FCUK 등의 제품을 갖췄다. 이전까지 이 브랜드 아이템들이 여성의류에 국한됐었지만 이번에 매긴 셀렉트 라인을 추가하면서 다양한 구색을 갖췄다는 평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선보인 '티바'는 국내 최초의 티셔츠 전문 편집매장이다. 트레식스, 셀비지, 스키니미니 등 현대백화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브랜드는 물론 정크푸드, 얼터너티브 등 쉽게 구하기 힘든 해외브랜드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이성화 담당바이어는 "백화점이 판매·운영을 책임지기 때문에 벤더들은 우수상품소싱에 전념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다"며 "가장 먼저 들어선 목동점의 반응이 좋아 향후 본점, 무역센터점에도 입점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유아용품만을 별도로 모아서 파는 곳도 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인천점에 있는 '코지가든'은 수입업체와 롯데가 각 수입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중간 수수료를 줄인 곳. 이곳에선 맥클라렌, 브라이택스, 에르고 등 인기 유아용품브랜드 상품을 온라인몰이나 가두점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박상우 롯데백화점 유아·완구 선임상품기획자는 "향후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별도 사후관리(A·S)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쟁력 있는 수입 업체들을 추가로 발굴해 한층 업그레이된 유아용품 매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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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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