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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깡통 분양권' 등장.."웃돈까지 드리며 팝니다"

'깡통분양권' 이어 웃돈주는 '금깡통' 등장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사는 집이 안 팔려 이사할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2주택을 보유하자니 세금 문제가 만만찮다. 이렇게 팔면 손해이지만…실거주자라면 사달라."


계약금 포기는 물론 이사비 등의 웃돈까지 제시하며 분양권을 매매하는 '금깡통 분양권(웃돈을 주며 파는 분양권)'이 수도권에 상륙했다. 통상 분양가보다 매도가를 낮춘 '깡통분양권(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아파트'는 계약금 등 실투자금을 포기하는 수준에서 거래가 성사됐다. 하지만 계약금 등 실투자금 포기만으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분양권을 파는 사람이 아예 웃돈을 제시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매물을 두고 금깡통 분양권이라 부르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사실상 분양권 투매단계가 본격화된 셈이다.

22일 미분양 온라인마케팅 전문업체인 영원아이디에 따르면 지금까지 계약금 포기 수준에서 거래됐던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최근 분양권 매각자가 웃돈을 제시하며 파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택경기 침체가 예상 밖으로 길어지자 분양권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처분부터 하자며 '울며 겨자먹기'로 할인율을 올린 탓이다.


경기 일산 덕이동 택지지구의 A아파트 165㎡는 분양가격이 7억3800만원이었지만 최근 웃돈을 덤으로 주는 마이너스 분양권이 나오기 시작했다. 계약금 3690만원 포기와 함께 별도로 매수자에게 2000만원의 웃돈을 주는 게 매물조건이다. 여기에 각종 옵션의 무료제공과 분양 당시 발행됐던 3000만원 프리미엄보장 증서도 함께 제공된다. 입주시까지 보장됐던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조건도 그대로 승계된다. 은행 대출이 가능한 사람이 명의만 가져간다면 당장 아파트 분양권과 함께 2000만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그야말로 아파트를 사고 돈을 받은 시대가 된 것이다.

경기도 파주 운정지구의 B아파트 역시 금깡통분양권이 속출하고 있다. 계약금으로 납입한 5000만원에 옵션비용 계약금 500만원, 중도금 이자 2000만원 등 투자금 7500만원을 포기하는 것 외에 별도로 200만원을 이사비용으로 지급하는 게 조건이다. 결국 4억9500만원이었던 분양가가 4억1800만원으로 떨어진 격이다.


이처럼 금깡통 분양권이 속출하는 것은 지난 2006년 말 이후 아파트 가격이 이상급등 할 당시 수도권 일대 신도시지역으로 '묻지마 투자' 수요가 몰린 탓이다. 수도권 일대 아파트의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 '더 오르기 전에 사자'며 너도나도 아파트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2008년말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가격이 수직하강하자 내린 결정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도 무리하게 분양권을 샀던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극약처방을 내놓게 한 요인이 됐다.


이원식 미분양·통매매·땡처리 까페를 운영하는 영원아이디 사장은 "주택 거래가 완전히 멈추면서 상상조차 힘들었던 금깡통 분양권이 수도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특히 신도시 아파트 투자자들이 폐기처분 수준으로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대형평형대라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실거주 목적이라도 금깡통 분양권을 매입시에는 주변환경과 투자가치, 시공사, 시행사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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