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16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423호 형사 소법정. 노란색 수의를 입은 남성 두 명이 법정으로 들어섰다. 170cm를 조금 넘는 보통 체구에 눈빛이 매서웠다. 피고인석에 선 이들은 잠시 뒤 방청석을 한 번 응시했다. '황장엽 암살조'로 알려진 남파간첩 김모씨(36)와 동모씨(36)였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첫 번째 공판.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조한창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인 김씨와 동씨는 2009년 11월 '황장엽을 살해하라'는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지시로 중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를 거쳐 입국했고, 합동신문센터의 탈북자 조사과정에서 공작원으로 남파된 사실이 드러나 지난 4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직업이 뭐죠?"
조 부장판사 질문에 김씨가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답을 않고 한숨만 내쉬던 동씨는 "공작원으로 기재돼있는데 맞느냐"는 조 부장판사 질문에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나요?"
검찰 측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이어진 조 부장판사의 질문에 김씨와 동씨 모두 '사실관계 전부를 인정한다'고 대답했다. 공소사실 등에 대해 특별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이들은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할 뿐 재판 내내 바닥을 응시하거나 한숨을 내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수사 및 재판 과정이 언론에 노출되는 걸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사는 "현재 김씨와 동씨는 북한에서 받은 지령 등을 모두 자백한 상태로 본인들의 진술이 널리 알려지는 데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수사관과 검사들이 수사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언론보도 양태나 공개재판 방침 등을 충분히 설명했고, 김씨와 동씨도 이를 이해했으나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재판을 언론기관에 제한해 공개하거나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도 "방청객 등이 김씨나 동씨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공개는 아니더라도 방청을 제한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사주장에 동의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동씨의 신변을 보호하고 돌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질서유지권을 발동, 취재진과 관련 공무원에게만 재판을 공개해 진행키로 했다.
공판이 끝날 무렵 검찰은 "증거 자료 등이 방대해 정리할 필요성도 있고 피고인 신문도 준비해야 하니 1주일 정도의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며 다음 주쯤 공판을 한 번 더 열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판을 한 번 더 열고 증거조사 및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23일 오전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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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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