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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북한의 실리축구, 절반의 성공


[아시아경제 이상철 기자]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과 105위의 북한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 보이나 실리축구를 추구한다는 게 유일한 공통점이다.


두 팀 모두 경기 내용보다 경기 결과를 중요시했다. 경기 내용이 부진해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목표를 이루면 된다. 차이가 있다면 브라질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이고 북한은 적어도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두 팀이 16일(한국시간)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G조 1차전에서 맞대결을 가졌다.

경기는 브라질의 2-1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북한은 44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브라질을 괴롭히며 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북한은 수비수 리광천(4.25)과 리준일(4.25), 박철진(압록강)을 최후방에 세워놓으면서 윙백인 박남철(4.25)과 차정혁(압록강)을 수비 지역으로 많이 내려 파이브백(5-back) 수비를 형성했다. 안영학(오미야)과 지윤남(4.25)도 중앙 수비 바로 앞에서 저지선 역할을 충실히 했으며 홍영조(로스토프), 문인국(4.25)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이런 북한의 밀집 수비는 매우 단단했다. 미드필드와 수비 지역에 2,3중으로 선수들이 위치해 브라질에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볼을 잡은 선수에겐 2,3명이 달려들어 편안하게 볼을 차지 못하게 했다.


북한의 협력 수비 및 커버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브라질은 좀처럼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패스하거나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 공간을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호비뉴(산투스)는 뛰어난 개인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지만 북한 수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른 측면에서 마이콩(인터 밀란)과 일라누(갈라타사라이)가 띄우는 크로스 외에는 이렇다 할 공격 경로가 없었다.


브라질은 후반 들어 일라누, 미셰우 바스투스(리옹)의 중거리 슈팅으로 활로를 열려고 했으나 북한 수비수는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이를 막아냈다. 브라질 선수들은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밀집 수비는 후반 10분과 후반 27분 집중력 저하 및 방심으로 왼쪽 측면 수비 뒤로 빈틈이 나면서 무너졌다. 골키퍼 리명국(평양시)은 섣부른 판단으로 마이콩에게 내주지 않아도 될 선제골을 허용했다.


북한은 이후 동점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으로 올라가면서 수비와 미드필드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리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팎에서 브라질 선수들에게 슈팅 공간을 쉽게 내줬다. 니우마르(비야레알)와 호비뉴의 슈팅이 좀 더 예리하고 정교했다면 3,4번째 실점도 가능했다.


북한은 후반 43분 지윤남(4.25)이 1골을 만회하며 1골 차 패배를 기록했다. 북한이 후반 10분 마이콩에게 선제 실점을 하지 않았다면 경기 양상은 북한에게 좀 더 유리하게 흘러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실점에서 드러난 집중력 저하가 곧 북한의 실력이자 한계였다.


북한은 남은 포르투갈전과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전술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려워 보인다. 다시 한 번 선 수비 후 역습의 실리 축구를 펼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승점 획득이라는 진짜 실리를 챙기고자 한다면 후반 중반 이후 급격히 떨어진 집중력을 키우는 게 우선일 듯하다.



이상철 기자 rok1954@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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