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주드클래식 최종일 개리거스, 칼손 등과 연장 4개홀 혈투 끝에 정상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유럽의 상금왕'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이번엔 미국 무대를 정복했다.
웨스트우드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사우스윈드TPC(파70ㆍ7244야드)에서 끝난 세인트주드클래식(총상금 560만 달러) 최종일 2언더파를 보태 로버트 개리거스(미국), 로베르토 칼손(스웨덴) 등과 동타(10언더파 270타)를 만든 뒤 연장혈투 끝에 기어코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998년 프리포트- 매더모트클래식 이후 무려 12년만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이다.
웨스트우드는 유러피언(EPGA)투어에서는 통산 29승을 수확한 대선수지만 PGA투어에서는 지난 12년 동안 무관의 설움을 겪을 정도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올 시즌 역시 '꿈의 메이저' 마스터스 2위와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공동 4위 등 빅매치에 출전해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웨스트우드는 사실 이번 우승도 '개리거스의 자멸'이라는 행운이 토대가 됐다. 웨스트우드는 이날 2~ 4번홀의 3연속버디 이후 지루한 파행진을 거듭하다 17번홀(파4) 보기로 선두 개리거스와 3타 차나 격차가 벌어져 있었다.
개리거스는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티 샷이 워터해저드에 들어가면서 결과적으로 트리블보기라는 '치명타'를 얻어맞아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개리거스는 18번홀에서 속개된 연장 첫번째 홀 보기로 먼저 탈락해 '마의 18번홀'이 두고두고 원망스럽게 됐다.
웨스트우드와 칼손의 진검승부는 11번홀(파3)과 12번홀(파4)을 거쳐 다시 18번홀로 돌아오는 긴 여정으로 이어졌다. 웨스트우드는 연장 네번째 홀에서 두번째 샷을 홀 1.8m 지점에 붙인 뒤 천금같은 버디로 긴 승부를 마무리했다.
웨스트우드는 이번 우승으로 PGA투어 상금랭킹 5위권(252만 달러)에 진입해 미국에서도 상금왕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구축했다. 웨스트우드에게는 또 다음 주 '두번째 메이저' US오픈을 앞두고 '우승하는 법'을 익혔다는 것도 자랑거리. 현재 세계랭킹 3위를 달리고 있는 웨스트우드에게는 '세계랭킹 1위'까지 넘볼 수 있는 호기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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