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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북풍은 미풍, 노풍은 태풍(종합)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6.2지방선거는 역대 선거사상 최대 혼전 양상을 보이며 민주당 등 야권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천안함발(發) 북풍의 여파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속되던 한나라당의 대세론은 맥없이 사라졌다. 당초 천안함 이슈는 세종시, 4대강, 무상급식, 스폰서 검사 논란 등 주요 이슈를 모두 삼켜버린 블랙홀이었다.


민주당 등 야권은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판결과 유시민·김진표 후보의 경기지사 단일화로 기세를 올리며 추격에 나섰지만 천안함 이슈에 매번 밀리면서 '선거는 끝났다'는 패배주의가 팽배했다.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정권심판이라는 성난 민심이 그대로 분출했다.

◆북풍 '찻잔속 태풍', 노풍 '어게인 2002'


북풍과 노풍이 첨예하게 맞붙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노풍이 북풍을 눌렀다.

선거 직전 아시아경제를 비롯한 주요 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북풍의 영향은 압도적이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경기,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며 정권심판론을 호소했지만 천안함 쓰나미에 보수적 유권자들이 대거 결집하면서 심판론을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빅3 지역에서 10~20% 포인트 차이로 한나라당의 대승이 기대됐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을 포함해 최대 10곳의 광역단체장 승리를 예상했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한나라당의 대세론의 바탕이었던 북풍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은 영남 4곳과 서울, 경기를 수성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반면 노풍은 선거 막판 숨어있는 야당표들이 결집하면서 태풍으로 진화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이번 선거결과는 노풍이 거셌던 2002년 대선 결과와 유사한 '어게인(Again) 2002'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남에 깃발을 꽂았고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린 노 전 대통령의 386 최측근인 안희정, 이광재 후보가 각각 충남, 강원지사에 당선됐다. 한명숙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론조사상 20% 이상의 열세를 극복하고 0.6%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린 유시민 후보 역시 재선도전에 나선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에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엄중한 국민적 심판이 내려졌다. 민주당과 범야권이 승리했다"면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부자감세, 4대강 토목사업 등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중단하고 국정운영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집권여당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고 반성하면서 "선거 결과에 나타난 국민들의 엄중한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텃밭은 없다' 지역주의 위력 감소...세대교체 바람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역주의 현상의 퇴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한나라당이 정치적 안방인 경남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친노 성향의 김두관 무소속 후보는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를 눌렀다. 경남과 함께 부산에서도 의미있는 선거결과가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던 김정길 민주당 후보가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에게 10% 포인트 격차로 패하기는 했지만 무려 4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한 역대 선거에서 보수정당은 지지해온 강원에서도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에 승리한 것도 이변이다.


한나라당 역시 호남권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비록 당선자를 내지는 못했지만 광주, 전남·북에서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의미있는 성적표를 거뒀다. 광주시장 후보인 정용화 전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 전남지사 후보인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전북지사 후보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 등 이명박 대통령 핵심 측근 3인방이 나란히 10%대 이상의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아울러 충청권 선거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차세대 정치인이 출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40대의 안희정 민주당 후보는 박상돈 선진당 후보를 접전 끝에 누르고 승리하면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차세대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었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그동안 JP라는 영문 애칭으로 유명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였는데 안 후보가 지역주의 퇴조의 바람 속에서 세대교체를 이뤘다.


◆진보성향 젊은유권자와 야권단일화의 위력 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예상 외로 높은 투표율이다. 특히 투표 당일인 2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젊은층 유권자들이 속속 투표장으로 집결하면서 예상 밖의 이변을 만들어냈다. 주요 정당 관계자는 물론 선거전문가들은 젊은층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이번 선거는 지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최고치인 54.5%(잠정집계)를 기록했다. 2002년 대선 때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젊은층의 투표 독려가 두드러졌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이용하는 새로운 풍속도도 생겨났다.


진보적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은 그 어느 때보다 위력적이었다. 한나라당의 선거 낙승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키고 한나라당에 대한 싹쓸이 견제심리로 나타났다. 서울, 경남, 강원, 충남 등 접전지에서는 투표 다음날인 3일 새벽까지도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초박빙 승부를 연출하는 밑바탕이 됐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커뮤니케이션의 이경헌 대표는 "안보이슈 대세론에 표심을 숨겨왔던 젊은유권자들이 여당의 공세에 선거막판 심판론을 결집시켰다"면서 "앞으로 여당이나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야권단일화도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였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 야4당 단일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와의 1대1 맞대결 구도를 만들며 선거 막판 사표심리를 방지하고 지지층 결집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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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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