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1조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안을 승인했음에도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가 가시지 않자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재정적자 비율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들에 대한 제재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시장에서 구제금융 자금 조달을 위해 각국이 기금 마련에 나서면서 재정 적자가 더욱 심화되리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증시는 구제금융기금 조성 발표 이후에도 6개월래 최저 수준까지 폭락했으며 유로화는 이번 주 4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 재정불량국 '강력제재' 동의 = 지난 2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향후 재정 정책 수정 방안과 재정감축안 강화 등 유럽 지역 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는 회원국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 시행에 대해 동의했다. 현재 EU 회원국들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유지하고 이를 어길 시 GDP의 0.5%를 벌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1년간 이 같은 원칙이 시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보다 더욱 강력한 방식의 제재를 가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재정적, 비재정적 방법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재정적자 불량국에 대한 벌금 부과는 물론 이사회 의사결정 투표권 제한 등의 규제가 가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재정적자 불량국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기본적인 원칙에 EU 재무장관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관련 입법 역시 급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EU 재무장관들은 내달 중순까지 관련 법률 초안을 마련한 뒤 최종안은 오는 10월까지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 獨 "금융 규제 전 세계적으로 논의해야" = 공매도 규제안 등 EU 내에서도 특히 금융규제에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독일은 적극 행보를 이어갔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회의에서 G20(주요 20개국) 국가들이 오는 6월26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전까지 금융 규제안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G20 국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시장의 모든 상품, 거래 행위, 금융 중심지에 대한 규제를 가하겠다고 합의했다"면서 "그러나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지금이 바로 그것을 시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지난 18일부터 내년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채와 신용디폴트스왑(CDS), 독일 10개 금융주에 대한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금융시장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로존의 재정적자 강력 규제 의지에도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구제금융안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루세티 V&P은행 선임 펀드매니저는 “부채 문제가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았으며 이것이 세계 경제 발전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으로 주식 시장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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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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