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전문가들이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를 놓고 '전이', '전염' 등의 단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이 '유럽판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단초가 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또 다시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재정위기가 금융위기와 합쳐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과 스페인, 아일랜드 등이 줄줄이 채무이행에 실패할 경우 유럽 금융권 전체가 연쇄적인 충격을 받고, 결국 실물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 즉 그리스에서 출발한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의 금융위기로 몸집을 불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 그리스 위기는 시작에 불과 = 비즈니스위크지에 따르면 유럽 은행 및 보험사들은 1930억달러 규모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물론 은행권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많은 규모지만 유럽 전체의 금융위기가 우려되는 지금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단 유럽 여러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를 나눠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코메르츠방크와 ING는 각각 그리스 국채 39억달러 어치를 갖고 있는데 채무조정으로 채무가 반으로 탕감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이것이 대형 금융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는 못 된다는 것.
문제는 위기가 전이될 경우다. 그리스 외에도 포르투갈, 스페인 국채에 위기가 동시에 닥칠 경우 유럽 금융권은 이를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럽 은행들은 정확한 국채 보유 규모를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지만 포르투갈과 스페인 국채를 각각 2400억달러, 8320억달러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합작은행 포르티스의 경우 그리스 국채 54억달러, 포르투갈 국채 41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크레디 아그리콜과 소시에떼 제너럴의 경우 그리스 은행들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타격은 더욱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럽 은행권이 '담보' 문제로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유럽 은행권에 수십억 유로 대출을 제공했는데 그리스 국채 위기로 ECB가 은행권에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의 국채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하향조정하면서 이 담보를 둘러싼 우려는 더욱 커졌다. 현행 ECB 대출 원칙 하에선 만약 피치와 무디스가 S&P와 마찬가지로 그리스 국채를 정크본드로 강등시킬 경우 그리스 국채는 더 이상 담보 자격을 잃게 된다. 이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자크 카일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국채 등급에 상관없이 이를 모두 담보로 인정하는 쪽으로 규칙을 바꾸거나, 지역은행들을 돕기 위해 작년에 실행했던 무제한 대출 규정을 부활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로존,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해야 = 일단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 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27일 S&P가 그리스 국채등급을 낮췄을 때 그 단면을 증시에서 엿볼 수 있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금융주 투매에 나서면서 그리스 국채를 전혀 보유하지 않은 영국 소재 로이즈 뱅킹 그룹의 주가가 8% 떨어진 것. 매트릭스 코퍼레이트 캐피탈의 앤드류 림 애널리스트는 "당황한 투자자들이 그 어떤 유럽 금융주도 사려들지 않았다"며 "결국 이는 자금조달비용을 끌어올려 로이즈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이 그리스 외 다른 국가들을 지원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데이비드 맥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최후의 정책적 수단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유로존은 좀 더 획기적인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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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로존이 미국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프로그램과 유사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맥키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를 모두 지원하는데 유로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와 맞먹는 792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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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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