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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사협회 정치권 로비 비자금 조성 의혹

단독[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3년전 정치권 로비 문제로 홍역을 치뤄던 의사협회가 또 다시 유사한 이슈에 휘말려 의료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은 공금 1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보관하다, 내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자 돈을 되돌려준 일이 발생했다. 논란이 일자 대한의사협회는 "회장의 활동범위를 넓히기 위한 '특수업무추진비' 용도였다"며 "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용하지 않고 다시 협회로 반환했다"는 취지로 21일 해명했다.

문제는 경 회장이 현금을 마련한 절차와 목적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의협은 경 회장이 고문으로 있는 '의료와 사회포럼'이란 단체에 연구과제 용역을 줘, 대금 1억원을 지불했다. 이 돈은 포럼 대표인 박양동 씨(의협회원) 개인통장으로 들어갔고, 박 씨는 다음 날 경 회장 개인통장으로 돈을 넘겨줬다.


일종의 '중간책' 역할을 담당한 박양동 대표는 최근 한 의료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협이 먼저 '의정활동비' 마련 차원에서 협조를 구했고, 이를 수락했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선 "'의정활동비'란 말이 오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협회가 이런저런 상황에 있으니 좀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준 것인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누가 구체적인 용도를 밝히겠나"고 고쳐 말했다.

'의정(醫政)활동'이란 의사협회 내부에서 통용되는 말로, 의료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을 관리하고 로비하는 활동을 말한다. 과거 의협은 '대한의정회'라는 실체 불분명한 단체를 만들어 이런 활동을 해오다, 2007년 장동익 당시 의협회장이 '국회의원에게 돈 로비를 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자 이 단체를 해체한 바 있다.


의협 안팎에선 경 회장이 1억원을 '횡령'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뜨겁지만, 초점이 '로비자금'으로 번질 경우 의사협회는 또다시 곤경에 처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좌훈정 의협 대변인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이 좋아 의정활동비이지 그냥 판공비 정도로 보면 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의협 관계자는 "내부에선 경 회장이 의정활동 목적으로 현금을 일부 쓴 후, 문제가 되자 시급히 돈을 채워 넣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의정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지 않나"고 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회장이 현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아예 '특수활동비'란 예산 항목을 책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좌 대변인은 "회장이 현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2억원을 조만간 정식 책정할 예정"이라며 "1년에 2억원을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로비자금이라 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 아니냐"고 했다. '특수활동비'의 구체적 의미에 대해선 "이것 저것 현금으로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만 했다.


한편 22일 공공서비스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는 성명서를 내 "경 회장은 1억 원에 대한 통장 입출금 내역을 공개해 반납했다면 근거를 제시하고, 사용했다면 용처를 밝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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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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