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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블랙박스]녹색테마와 스노볼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주식투자의 살아있는 전설 워런 버핏을 대표하는 단어로 '스노볼(Snowball)'을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눈덩이를 뜻하는 스노볼은 버핏이 얘기하는 복리의 마술을 가장 잘 대변하는 말일 것입니다. 주먹만한 눈을 뭉친 후 굴리다 보면 어느새 집채만큼 커진다는 것인데, 사실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복리를 주는 은행 예금을 하면 쉽게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아무리 복리라도 지금같은 저금리 시대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고, 꾸준히 오르는 주식을 찾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주식시장에선 하루만 급등해도 몇년치 은행이자만큼 수익이 나올 수 있으니 일반 투자자들이 버핏의 스노볼 전략을 실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의 가장 큰 테마는 녹색 테마였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그동안 공화당 정부와 달리 환경정책을 강화한데다 국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온실가스 규제 등의 정책을 강력히 밀었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국내에 생산기반도 없던 자전거업체들이 이상 급등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벤트 성격이 강했던 자전거 외에도 녹색테마들의 열풍은 대단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2차전지 등 전기차 테마와 LED(발광다이오드) 테마입니다. 다른 테마들과 달리 이 테마들은 구체적인 실체가 있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았습니다. 코스닥의 2차전지 관련주들은 PER를 몇백배나 받을 정도로 급등했고, 코스닥 LED 대장주 서울반도체는 시총을 2조원대 중반으로 늘리며 코스닥 1위기업으로 올라설 정도였습니다.

이들이 시세를 내기 시작할 무렵이던 지난해 초,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나 어떤 종목이 유망하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센터장들이 조심스럽게 유망하다고 말한 종목이 LG화학과 삼성전기입니다. 녹색테마 중 현실적으로 매출로 연결될 확률이 가장 많은 테마의 대장주들이란 이유에서였습니다.


이 얘기를 몇몇 지인들에게도 얘기했지만 이들을 산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하루 1~2% 움직이는 대형주를 사서 언제 큰 돈을 벌겠냐는 생각에서입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두 종목은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1년전 3만원대에서 움직이던 삼성전기는 13만원대로 올라섰고, 10만원 안팎이던 LG화학은 26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1년간 가장 시세를 많이 낸 대형주인 삼성전기는 세계 최대 제조업체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의 양대 축이었던 기업입니다. 1973년 설립돼 1979년 상장됐습니다. 전자부품 관련, 국내 대표기업이기도 합니다.


최근 1년여간 급등세로 이제 오를만큼 오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증권사들의 평가는 아직도 눈덩이가 더 커질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어 더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실적발표를 코앞에 둔 22일 한화증권은 1분기가 비수기임에도 매출 1조4676억원(전분기대비 -5.5%), 영업이익 1447억원(+5.9%)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목표가를 12만6000원에서 16만원으로 올렸습니다. 3D TV, LED TV, 스마트폰 등 신규 어플리케이션 시장의 성장으로 삼성전기의 MLCC와 LED 부문의 견조한 매출 확대 및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목표가 16만5000원으로 최고가 목표가 제시 증권사인 하나대투증권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삼성전기를 표현했습니다. 이 증권사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는 1분기 실제 16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휴가보상금을 반영해도 1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2분기는 2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가뿐할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은 8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 외에도 이달 들어 나온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모두 '매수' 의견입니다. 다만 급하게 오른 주가때문인지 벌써 이달 제시한 일부 증권사들의 목표가를 이미 돌파한 부분은 부담입니다. 아무리 장기추세가 오름세더라도 단기 급등 이후에 기간 조정이 따르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적이 받쳐주고 있어 증권사들이 뒤늦게 목표가를 올리며 따라가는 모양새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주들이 막상 실적발표날 조정을 받습니다. 만약 삼성전기가 아직도 더 굴러갈 수 있는 눈덩이로 판단된다면 이같은 조정은 좋은 매수기회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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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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