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7대 종단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천안함 사태 등에 따른 국민통합방안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불교),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기독교), 김희중 주교(천주교), 최근덕 성균관장(유교), 김주원 교정원장(원불교), 임운길 교령(천도교),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이 참석했다.
2008년 4월과 지난해 6월에 이어 세번째 만남이었던 이 대통령과 7대 종단 지도자들의 이날 오찬은 낮 12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천안함 침몰사태로 중대한 안보위기 상황을 맞은데다 천주교와 불교 일각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시점이라 이날 만남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7대 종단 지도자들과 이 대통령의 대화 주요 내용.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 집안이 어려워지면 어진 며느리가 생각나고 나라가 어려워지면 어진 신하와 국민이 생각난다는 옛말이 있다. 나라는 대통령 혼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므로 국민들이 같은 애국심을 발휘해줄때 나라가 흥했다.
천암한 사태의 마무리가 많은 어려움과 인내, 결단을 요구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국민들이 당연히 잘 받아들여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먼저 겸손하고 진솔하게 대하고 국민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매사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할때 슬기롭게 난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임운길 천도교 교령 = 요즘 같은 상황에서 우리 종교인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본다.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겠지만 국태민안 보국안민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다. 희생된 분들을 위해서도 성령출세를 기원했다. 우리나라는 종교간의 다툼이 없다.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어서 새로운 종교문화의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국난이 있을 때 종교간에 서로 손을 잡고 극복해왔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앞서나가고 있다. 국민들 모두 정신적인 면에서 평안과 평화 그리고 서로 섬기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면 통일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원불교 김주원 교정원장 = 교단에 들어와서 우리나라가 진급기에 있다는 말을 계속 듣고 있었다. 나라가 상당히 어려울 때도 스승께서 “한국이 진급기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은 후퇴가 아니다.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했다.
이번 일로도 우리나라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께서 중도실용이라는 길을 잘 잡으신 것 같다. 이번 사건발생이후 지금까지 수습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주셨다. 그래서 저희들이 한마음으로 합칠 수 있었고 어려움에도 이를 딛고 나라가 더 좋은 길로 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최근덕 성균관장 = 우리나라가 국운이 상승기에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보통 상승기에 ‘사건’이 많이 생긴다. 이번 일을 약으로 또 거울로 삼아야 그것이 전화위복 아니겠나. 우리 국민들은 화를 복으로 만드는 저력이 있다. 그래도 유능제강이라고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법이다.
대통령께서 ‘단호한 대처’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나중에 사태가 잘 마무리되면 그때는 좀 더 부드러운 어감의 말씀을 선택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천안함 장병들, 그리고 이들을 구하려다 희생된 한주호 준위 , 민간인 신분으로 구조에 나섰다 실종된 금양호 선원들, 이런분들에 대해 국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실종되고 희생된 사람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주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 불교계에서도 희생자, 실종자분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애도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희생된 분들에게 대해 수륙제를 포함해 애도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중이다. 슬픔과 아픔의 문제이다. 관심을 갖고 하겠다.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 (대통령께서) 물증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예단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지당한 말씀이다. 외교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궁극적으로는 남북한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 = 긴박한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최선을 다해 후속조치를 해 준데 대해 국민들이 마음의 안정을 갖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을 마음으로 지지한다. 대통령께서 승조원 이름 한사람 한사람을 부르면서 모든 국민의 마음을 대표해주어서 모두가 숙연해졌다.
7대 종단에서도 애도 집회와 법회 기도회 미사 그리고 예배를 계속할 것 같다. 전사자로 불리는 그분들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길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 애국하는 마음을 한데 모아 구체적으로 돕는 방법을 찾자는 게 종단의 의견이다.
유족을 돕는 일을 각계각층에서 전개하고 있는데 종단이 중심이 돼서 천안함 재건조운동 등을 국민과 함께하면 전사자분들이 위로를 받지않을까 한다. 종단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천안함 재건조 국민운동이 벌어질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들의 애국심이 하나로 모아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이 대통령 = 먼저 이렇게 7대 종단대표분들이 힘을 모아주시고 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울때 우리 7대 종단 대표분들께서 나라가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앞장서 주시기를 바란다.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진솔하고 겸손하게 나아가라는 조언도 이번 일에서 뿐만 아니라 늘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가슴에 지니겠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복판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져 국민들의 불안과 심려가 크다. 그러나 대통령은 심증만 갖고 원인을 예단해선 안된다. 원인을 두고 갈등과 분열이 있는데 국가 안보에는 하나의 목소리여야 한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정파도 이념도 들어설 수 없다. 이럴때일수록 우리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단합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미국에서 전문가가 왔고 영국과 호주 스웨덴까지 국제공조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원인을 과학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규명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결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해 우리나라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계기를 만들겠다. 험난한 어려움, 진통과 갈등이 앞에 놓이겠지만 나 자신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첫째 의무이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는 나라가 최고의 예우를 하려한다. 정부는 그러한 마음과 의지가 있다. 유가족분들의 애국적인 결정과 협조가 놀라웠다. 아들을 군대에 보냈으면 나라의 아들이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한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 희생된 분들을 오랫동안 기념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부족한 것을 채우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결과가 나왔을때 어떻게 대처할지 사전에 많은 스타디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7대 종단이 크고 작은 나라일이 생길때마다 힘을 모아주셔서 평소에 고마운 마음을 늘 갖고 있었다. 이해해주시고 와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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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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