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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이집트 시골마을의 달콤한(?) 경험


"우리 집에 한번 놀러 오지 않을래?"
어느 날 과외선생님으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바로 이집트로 오기전부터 한번쯤은 상상해봤었던 '현지인의 가정방문'이다.

그런데 뒤이어 선생님이 하는 말.
"버스로 두시간이면 내 고향에 갈 수 있어. 내가 일주일에 한번씩 고향에 다녀오니까 괜찮다면 같이 가자"
기회도 이런 기회가 없다 싶었다. 일단 카이로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평소에 관광지보다는 좀더 이집트다운 곳을 가는 것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이 있을 수 없었다. 어찌나 설레였던지 잠도 한숨도 못 자고 다음날 아침 버스에 올랐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들은 마중 나와있던 선생님의 친척의 차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 보이는 풍경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펼쳐져 있는 넓은 평원(밀밭)과 작은 개천, 여기저기 모여서 풀을 뜯는 소들과 염소들.. 카이로의 탁한 공기에 찌들었던 우리 일행들은 오랜만에 마시는 맑은 공기를 만끽하면서 마을로 들어섰다.


외국인들의 방문이 거의 없는 마을이어서 그런지 나를 포함해 세명의 동양인들은 평생 살면서 느끼지 못할 것 같은 관심을 받으며 마치 연예인 마냥 사람들과 악수하고 손을 흔들며 그렇게 마을로 들어갔다.


선생님의 가족들과 친척들과의 인사를 마치고 조금 이른 점심을 함께 한 후 시작한 마을 구경에서도 우리들의 연예인 행보는 계속됐다. 지인을 통한 방문이어서 그런지지나가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거리낌없이 집으로 들어가 차나 한잔 마시고 가라고 권유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마치 어렸을 때 조부모님들이 계시던 시골에 놀러 갔을 때의 기억과 맞물리면서 웬지 정겹게 느껴졌다.


일정상 하루밖에 머무르지 못했던 우리는 떠나는 순간까지 그들의 환대에 몸둘바를 몰랐다. 왜 벌써 가느냐, 불편한 것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 아랍어는 우리가 가르쳐줄테니 여기 그냥 살면 안되겠냐 등등 손님으로서 들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말은 다 들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우리는 다음주에 다시 그곳에 방문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언뜻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시골 방문기를 쓰게 된 이유는 그들은 가지고 있는, 하지만 우리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카프르 셰이크를 방문하기 전 내가 선생님에게 들었던 말 중 아직도 기억이 나는 말이 하나 있다.



'내가 지금 카이로에 살고 있지만 난 카이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카이로 사람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각박하게 살아가거든'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 '시골인심'이라는 말이 더 이상 옛날의 그 단어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작년 여름 친한 동생들 3명은 약 한달간 강원도로 무전여행을 떠났다.


혈기 왕성한 20대초, 중반 젊은이들은 하루는 길에서, 하루는 다리 밑에서 밤을 보내며 젊은 날의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었다. 여행의 중반쯤 되었을까? 계속된 여정에 피로를 느낀 이들은 하루 정도는 제대로 씻고 싶다는 생각에 어느 마을 어귀로 들어가 모 종교단체 담당자를 만나 하루만 묵을 수 있겠냐고 문의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특정 종교의 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들을 위해 공간을 내줄 수 없다는,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그분의 도가 지나친 솔직함 덕분에 그들은 한편으로는 실망감을, 또 한편으로는 특정 종교에 대한 반감이 커지게 되었다고 한다.


여차여차해서 그들이 묵게 된 곳은 국도 옆에 있던 더 이상 영업하지 않는 조그마한 식당. 그곳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처럼만의 샤워를 즐기고 식당 주인이 건네주신 삶은 감자와 옥수수 등을 맛있게 먹은 동생들은 연거푸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기 위해 일찍 일어난 이들은 마침 어디론가 나가시는 주인 부부를 만났다.



"아침 일찍부터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밭에 일하러 가시는 거면 저희가 도와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묘한 웃음을 지으시는 그분들. 사실 그분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하루하루 벌어서 힘겹게 살아가시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젊은 대학생들이 고생하는 것이 남일 같지 않아 없는 형편임에도 이것저것 챙겨주신 것이다. 감자와 옥수수 몇개,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것들이 상황에 따라서는 굉장히 귀하고 소중한 것들이 된다.


내가 이집트의 작은 시골마을을 좋아하는 까닭은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람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순수함을 그곳 사람들에게서 느꼈기 때문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선진화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잃은 것 중의 하나가 사람들 사이의 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삶의 질은 어느 정도 윤택해 졌을지 모르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글= 이인희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 이인희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 통번역학과에 다니던 중 학습량을 늘리고 싶어 무작정 이집트 유학길에 올랐다. 하면 할수록 재밌고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이인희씨는 향후 중동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카이로 대학교 어학연수원에서 열공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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