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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바꾼 과학발전 10년과 이후

테라급 CPU 인공지능 로봇 길 열었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지난 10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삶을 바꿔 온 기술들이 있다. 이 기술들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바로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이다. 지난 1999년 시작돼 세계 정상급 기술 확보를 목표로 10년 여정을 걸어 온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은 올해 테라급 나노소자기술개발사업단을 비롯해 4개 사업단이 종료되면서 첫 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업의 면면은 대한민국의 장기 대형 R&D사업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뛰어난 성과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달 31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종료사업단 성과 보고대회에서 배규한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해온 주요 국가사업"이라며 "지난 10년간의 사업을 통해 축적된 인프라와 국제협력네트워크 등 유ㆍ무형의 자산을 공유하고 활용해 향후 국가 R&D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종료되는 4개 사업의 성과를 입체적으로 조망해본다.

 ◆인공지능 시대를 연다=앞으로 또 10년이 지나면 입는 컴퓨터가 등장하고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로봇이 가정 일을 대신 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1000배 이상의 성능을 지닌 테라급 CPU와 메모리가 필요하다.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은 기존 소자와 달리 나노기술을 이용해 초고속 초고집적 초저소비전력의 테라급 CPU, 메모리에 필요한 테라급 나노소자를 개발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에서 출발했다.


 이로 인해 탄생한 것이 지난 2006년 9월 폭발적 반응을 불러왔던 세계 최초 '40mm 32G 낸드플래시' 개발 성과다. 이 기술은 테라급 나노소재개발사업단이 개발한 MANOS라는 신구조에 기반하고 있다. 이 기술은 103억 4000만원의 계약을 맺고 삼성전자로 이전됐으며,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향후 10년간 약 17조원의 경제효과를 거둬들일 것으로 평가했다.

 실리콘 기판 위에 화합물 반도체를 성장시켜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도 이 사업단의 성과다. 지금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리콘 반도체는 발광효율이 매우 낮고 전자속도가 느리다. 반면 화합물 반도체는 전자속도가 실리콘에 비해 수십배 이상 빠르고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나 실리콘 반도체보다 기판이 5배 이상 비싸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해결책이 값싼 실리콘 기판에 화합물 반도체를 성장시킨 반도체 소자다. 사업단은 자체 개발 기술을 적용해 실리콘 기판에 다양한 화합물을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고 실용화에 걸림돌이 되던 결함 밀도 역시 1/100 수준으로 낮췄다.


 ◆유전자의 비밀을 밝힌다=지난 1990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앞다퉈 유전자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현재 24종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서열 순서가 대부분 규명됐고, 유전체 해독에 성공하는 데 이르렀다. 지금은 인간의 유전체 기능을 밝혀내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기능유전체 연구'가 부상한 상태다.
'인간유전체 기능 연구사업단'은 선진국 주도로 개발됐던 유전체 기능분석 핵심기술을 국내에 조기 정착시키고 난치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 원천기술을 개발하는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10년간의 연구를 통해 사업단은 먼저 한국인 인체조직으로부터 1만종의 완전장유전자(full-lenth cDNA)가 포함된 총 3만 8000여종의 유전자 조각을 확보하고 '21세기 프런티어 유전자 은행'을 설립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또한 약 2500종의 위암, 간암 관련 후보 유전자를 발굴해 다른 세포에는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표적 치료제 개발의 장을 열었다.


이는 향후 글리벡이나 이레사와 같은 유망 약품을 개발하는 데 바탕이 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2013년 전세계 간암, 위암 환자가 1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중 5%정도가 표적치료제를 이용한다면 시장 규모는 연간 7억달러에 이른다.


췌장암 치료용 항체를 개발한 것도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 맺은 결실이다. 사업단은 췌장암의 새로운 전이인자인 파프(PAUF)를 발굴해 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기술을 개발한 후 국내 바이오벤처 회사에 기술을 이전했다.

 ◆우리 전통 의학과 첨단 생명공학이 만나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은 4000여종으로 좁은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다양한 식물자원을 보유한 편이다.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은 수 천년간 자생식물을 약초로 이용해 온 우리 전통의 민속의학지식에 생명공학지식기술을 접목해 천연신약이나 기능성 식품 개발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자생식물로부터 기능성 소화불량에 탁월한 물질을 개발해 2011년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아토피성 피부염에 효과가 우수한 기술을 미국기업에 2억달러를 받고 기술을 이전했다. 아울러 관절염 개선효능이 있는 '유니베스틴케이'를 상품화해 지금까지 약 13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밖에 사업단은 고지혈증이나 비만에 효과가 있는 지질대사 저해활설물질, 암전이 억제물질, 미백활성화물질 등 많은 천연물질을 연구 및 제품개발 중이다.


 ◆환경사회로 나아가다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이 추진될 당시만해도 국내 자원재활용 기술은 환경선진국 대비 50~60%수준에 불과했다. 산업 폐기물이나 부산물, 생활폐기물 등을 자원화,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실용화하는 것이 시급한 상태였다. 이에 '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은 '혼합폐플라스틱 자동선별시스템'을 만들어냈다.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분리하면 다양하게 재활용할 수 있지만, 수작업으로 분리하느라 효율성이 떨어지고 많은 노동력과 부지가 필요했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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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합폐플라스틱 자동선별시스템은 근적외선으로 플라스틱을 감지해 종류별로 분리하거나 서로 다른 플라스틱이 마찰전기를 띠게 한 후 전기장을 통해 분리해내는 역할을 한다. 이 선별장치는 밀양, 용인, 김해, 파주등 지자체를 비롯해 일본에 기술이 수출되기도 했다. 또한 버려진 PC나 휴대폰에서 가치가 높은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컴퓨터나 휴대폰 기판에 함유된 금을 비롯해 팔라듐, 로듐 등 금보다 고가인 귀금속까지 농축해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이 기술은 실증이 끝난 상태로 시행된다면 국내 폐PC에서 연간 250억원, 그리고 800만대에 달하는 폐휴대폰에서 300억원의 귀금속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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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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