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부는 1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방부는 이날 29쪽 짜리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사고발생 시간 변경 등 13개 항목에 대해 국방부는 상세하게 설명했다. 국방부는 당초 40여가지 쟁점을 세분화해 설명할 예정이었지만 또 다른 의혹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쟁점을 13가지로 줄였다. 그러나 침몰전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북한의 연루가능성을 배제해 침몰원인은 다시 미궁속으로 빠졌다.
국방부는 사고발생 시간 변경 이유에 대해 초기에 보고 시간을 기준으로 발표했으나 오차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최원일 함장은 최초 진술 때는 오후 9시 25분이라고 했으나 국방부는 이날 9시22분으로 정정했다.국방부는 "포술장의 최초 전화보고는 28분이다. 지진파방생 21분 58초 등을 종합하면 사고 시간은 오후 9시 22분경"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함이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이 76mm함포를 쏜 이유도 밝혔다. 국방부는 속초함 레이더상에 백령도 북방에서 44노트(시속 77.7km)로 북상하는 미확인 물체가 포착돼 적 함정의 도주로 여기고 격파사격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레이더 분석결과 물체가 최종적으로 사라진 지점이 육지인 것과 두개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새 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새떼에 벌컨이나 40mm함포를 쏘지 않고 주포를 쏜 것과 관련해 국방부는 "레이더에 잡힌 물체까지의 거리가 9.3km여서 유효사거리가 12km인 주포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유효사거리는 벌컨포는 3km안팎, 40mm함포는 6km 정도다.
사고지역 북한 잠수정의 활동여부에 대해 국방부는 "당시 사고 인근지역에서 북한의 잠수정 활동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잠수정 투입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특히 천안함과 속초함은 북한 잠수정 활동과 관계없이 정상적인 경계태세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설명은 북한군 잠수함이나 잠수정 침투를 미리 포착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천안함이 수심이 낮은 백령도에서 2km안팎 떨어져 작전했던 이유도 해명했다. 사고해역은 천안함의 정상적인 경비구역이며, 북한의 새로운 공격에 대응해 지형적 이점을 이용하면서 경비작전임무를 수행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지난 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에 접근한 것은 높은 파도를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한 것과 차이가 있다.
국방부는 함정 노후화에 따른 피로파괴설, 정비불량설도 반박했다.국방부는 "올해 2월 자체정비를 했고 지난해도 3차례 정비를 했다"면서 "2008년 정기정비 때 함체를 육상으로 들어 올려 배밑바닥까지 검사를 했으나 함체 마모, 노후상태 등은 이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밖에 28일 오후까지는 해군 소해함이 사고현장에 도착하지 못해 어군탐지기를 보유한 어선의 지원을 요청해 2척을 지원받았으며, 최단시간 내에 출동준비를 마치고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또한 승조원들은 생존훈련과 비상시 이함절차 등의 훈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구조와 관련해 외부인력과 장비지원을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방부는 "민간참여는 고맙지만 과다한 인력 및 장비가 밀집할 경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민간인이 참여할 경우 전담인력을 추가로 할당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장을 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천안함의 침몰원인에 대해서는 국방부는 인양해봐야 한다는 입장만 밝혀 궁금증을 더했다. 사고원인을 예단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와 의혹을 야기할 소지가 큰 만큼 함체를 인양한후 발생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가 1일 공개한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에는 천안함 정중앙 마스트의 뒷부분이 'C'자 모양의 곡선형태로 잘려나간 모습이 잡혀있었다.
또 2002년 제2연평해전 때 공개한바 있는 해군전술지휘체계(KNTDS)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KNTDS는 천안함의 항적과 주변해역 동향, 북한군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자료다.
특히 북한 반잠수정 활동에 대해 지난 달 31일에는 "구체적으로 말을 못한다"고 했다가 하루만에 "천안함 사고당시 인근지역에서 북한의 잠수함 또는 잠수정의 활동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다양한 정보자산을 활용해 북한의 움직임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을 바꿔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뿐만 아니라 밤 11시에 새떼가 수면 위를 낮게 날았다는 설명과 속초함에 장착돼 있는 대공무기 미스트랄을 쏘지 않은 점 등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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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김도형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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