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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짝퉁을 즐기다

시계아이콘01분 42초 소요

명품을 갖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나봅니다. 잊을 만하면 되살아나는 짝퉁 보도를 보면서 씁쓰레한 웃음을 짓게 됩니다. 얼마 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서 위조된 가짜 미술품을 모아 ‘경찰청의 위작·모방품 수사’라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가짜 조각과 그림 100여점으로 진품이라면 약 75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루브르, 에르미타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만나는 작품들이 진품이 아니라면 비행기를 타고 경비를 들여가며 보러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짝퉁 미술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이자 전문 미술감정가였던 토머스 호빙이 자신의 경험을 730여페이지에 담은 책이었습니다. 고대 페니키아인들의 테라코타에서 그리스로마 시대의 대리석 조각상, 중세의 성유물, 르네상스 대가들의 드로잉과 근대 인상파 회화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역사는 곧 미술품 위조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위작품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되어 세계 유명한 미술관에 진열돼 있는지를 적었습니다.

“미술품 위조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인류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미술의 세계에서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아주 놀라운 위작을 발견했다거나 누군가가 사기를 당해 위조품을 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라고 저자는 서문에 썼습니다. 위작이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시대 풍조와 현대인 생활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는 노골적인 영리주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의 샤를마뉴대제는 콘스탄티누스의 로마를 복제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 시대의 재미있는 위조 이야기가 있습니다. 궁정공방 감독인 아인하르트는 황제의 딸과 밀회를 즐겼는데, 몇 시간 후 눈이 내려 공주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숙소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발자국을 위조했습니다. 공주를 안고서 눈길을 거꾸로 걸어 숙소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그 발자국을 조심스레 되짚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 왔다고 합니다.

지중해 세계에 비교적 늦게 등장한 도시 베니스는 가짜 과거를 만들어 냈습니다. 산마르코 성당은 9세기에 지어지기 시작했지만, 4세기나 5세기에 지어진 건물처럼 보이기 위하여 화가, 모자이크 제작가, 조각가들을 고용해 5세기의 ‘창세기’ 삽화를 모사했습니다.


알려진 가장 많이 위조된 화가는 코로일 것입니다. 코로는 2000여점의 작품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7800점을 미국 컬렉터가 갖고 있다고 합니다.


넘쳐나는 위조품들은 돈이 많고 미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재벌 기업가나 미디어 거물 손에 넘어갔는데, 허스트, 크라이슬러, 모건이 대표적입니다. 모건은 위작을 사는 것 뿐만 아니라 거래상을 시켜 위작을 제작하도록 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충고합니다.


“미술작품을 구매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상당한 시간을 들여 작품에 대해 연구하고, 눈을 훈련시키고,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세요. 그리고 아마도 직접 위작을 사본 경험이 가장 좋은 교훈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유일한 위안은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 그리고 욕구와 긴박함과 탐욕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품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이 미술품을 수집하는 정당한 동기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학술서적이 아님에도 모처럼 밑줄을 치면서 읽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작년에 본 미술품의 복원과 베끼기, 사기 등을 버무린 ‘인사동 스캔들’이라는 영화가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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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허영 때문에 미술시장에서 위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죽어있는 모조품에 값을 치르지 않고 작가의 영혼이 담긴 살아있는 예술품을 꿰뚫어 보는 눈을 키우는 노력은 각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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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금 토포하우스 대표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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