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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레전드④]김연아 담당기자 5년…"약속 지켜줘 고마워"


[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김연아. 이제 '국가대표 브랜드'이자 '피겨 레전드'가 된 이 이름을 처음 접한 건 2005년 초였습니다.


당시 피겨스케이팅 취재를 담당하던 기자는 어느날 대한빙상연맹 관계자의 상기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연아라는 아이가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땄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당시 피겨스케이팅은 정말 '남의 나라' 얘기였습니다. 쇼트트랙만이 한국 동계올림픽의 전부였던 때였습니다. 때문에 언론들은 앞다퉈 김연아를 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태릉선수촌에서 김연아의 훈련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뷰를 위해 찾아갔습니다. 2005년 3월이었습니다.

김연아는 화난 듯 무뚝뚝한 얼굴이었고 어떤 질문에도 대답은 "예" "아니오"의 단답형이었습니다. 좋은 인터뷰 기사를 위해선 인터뷰이가 말을 재미있게 해줘야 했는데, 속으로 "낭패다" 싶었습니다.



분위기를 좀 띄워볼 요량으로 기자는 김연아에게 화사한 핑크빛 셔츠가 참 잘 어울린다고 말했습니다.


그제서야 교정기를 낀 이를 드러내보이며 씩 웃던 김연아는 "아침에 언니 옷 몰래 훔쳐 입고 나왔어요"라고 비교적 긴(?)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질문에서 기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앞으로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연아는 "음…" 하고 뜸을 들이더니 "올림픽 금메달이요" 라고 했습니다. 아니, 한국 국가대표가 올림픽에 나가는 것도 힘들었던 시절에 금메달이라니.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에 다시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온 김연아의 대답. 작은 목소리였지만 너무나 똑 부러진 말투여서 두고두고 잊기 힘든 대답이었습니다.


"음, 올림픽에 나가는 게 첫번째 꿈인데요. 근데 나가면 왠지 1등 할 거같아요.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요."


취재수첩에 그 대답을 그대로 받아적긴 했지만 속으론 솔직히 '에이, 설마'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속마음을 숨긴 기자는 겉으로 웃으면서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격려했습니다. 옆에서 딸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어머니 박미희씨도 같이 웃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 시니어무대 데뷔에 앞서 국내에서 열린 아이스쇼에 나선 김연아의 모습을 보면서 소위 '되겠다' 싶었습니다. 당시 아이스쇼에는 알렉세이 야구딘, 예브게니 플루셴코, 이리나 슬러츠카야 등 세계 피겨 톱스타들이 총출동해 '피겨는 이런 것'이라는 걸 아낌없이 보여줬습니다.


김연아의 첫 공연은 여전히 딱딱하고 무표정한 데다 톱스타들에 비해 어설펐지만,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김연아는 공연 후 상기된 표정으로 "관중과 호흡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 연기에 좀 눈을 뜨게 됐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그 이후는 이제 모든 팬들이 너무나 잘 아시는대로 김연아의 '승승장구' 드라마입니다. 어머니 박미희씨랑 가끔 통화하면 연습할 곳이 없다고 발을 동동 구르거나, 스케이트화 때문에, 허리부상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5년 간 곁에서, 혹은 멀리서 지켜본 김연아. 소녀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해 마침내 그 꿈을 이룬 그녀가 정말로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참,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5년 전 인터뷰에서 김연아에게 한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혹시 나중에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피겨스케이팅을 시키겠냐고.


그렇게 얌전하던 김연아는 질문을 듣자마자 '헉!' 하더니 "절~~~~~~대 안시킬 거에요, 어우"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그 때 그 대답은 또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하하.

조범자 기자 anju1015@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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