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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섬진강 봄꽃보다 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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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굴' 섬진강 망덕포구의 숨은 보물속에 봄향이 한가득 담겼네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우수(雨水)를 지나자 산바람도 강바람도 한결 싱그럽다.


이즈음 양지엔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봄꽃들이 망울을 터뜨리며 들녘을 화사하게 수 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봄꽃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것이 있다. 바로 입맛이다.

사람의 몸에서 봄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입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이 시기가 되면 '입맛이 없다''뭔가 색다른것이 먹고 싶다' 등 입으로 봄을 애타게 기다리기 때문이다.


올 듯 올 듯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다 성급한 마음에 남녘땅 섬진강변의 숨은 보물인 강굴(벗굴)을 찾아 나섰다.

조금 먼 거리지만 신선하고, 담백하고, 오동통통한 우유빛깔 그 맛의 유혹을 어찌 그냥 보낼 수 있어랴.

섬진강은 굽이굽이 흐르면서 계절에 따라 다채로운 먹을거리를 베푼다. 강굴은 그중 '봄의 숨은 별미'에 해당된다.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 서로 몸을 뒤척이며 잉태한 초대형 굴이다. 거진 어른 손바닥만 하니 아마도 세상에 이보다 큰 굴은 없을 듯 싶다.


섬진강 하구인 망덕포구에는 요즘 강굴 채취가 한창이다. 강굴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1급 수질을 자랑하는 망덕포구에서 서식하며 새봄 벚꽃이 필 무렵 그 맛이 가장 뛰어나다 하여 일명 벗굴 이라고 부른다.


이른 아침 망덕포구 선착장에 섰다. 저 멀리 강 한가운데 소나무가 우거진 배알도가 외롭게 떠 있다. 배알도라는 이름은 광양 진월면 망덕리에 있는 망덕산을 향해 섬이 절하는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굴 채취에 나서는 청아수산 이성면(52ㆍ061-772-4696) 대표의 운영호에 올랐다.


포구를 출발한 배는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뱃머리에 서니 바람이 차갑다. "지리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워. 겨울에는 칼바람이여." 이 대표는 겨울에 섬진강 강줄기를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칼바람이라고 말한다.

30여분을 달려온 배는 돈탁마을 앞의 강에서 멈췄다. 닻을 내렸다. 바로 건너편은 드라마 '허준' 의 마지막 장례행렬 장면을 촬영한 경남 하동의 소나무 숲이다.


강굴은 섬진강 물속에 있는 바위에 붙어서 산다. 조업은 3~4m 깊이의 물속에서 이루어진다. 잠수부가 장비를 갖추고 입수해 강바닥 바위에 딱 달라붙은 강굴을 떼어내는 방식이다. 강굴은 입춘전에 따기 시작해 4월 말까지 채취한다.


섬진강에서만 나는 강굴은 그 크기가 무려 30cm나 되며 알은 쌀뜨물처럼 뽀얗다. 가격은 산지에서 20kg들이 한망에 4만5천원에 거래된다. 하루 8시간 작업에 40kg들이 10망이상을 수확한다.


마을 주민들은 강굴을 물속에 사는 비아그라, 살아있는 보약이라고 부른다. 일반 굴보다 영양가도 3~4배나 높고 강굴을 먹으면 힘이 넘치기 때문이란다.


이 대표는 "흰머리 소년이 하루에 3~4개씩 강굴을 먹었는데 보름 후부터 검은머리가 날 정도로 변했다"며 웃음짓는다.


그가 손질해 준 벗굴은 한마디로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보통 참굴의 30배에 이르는 초대형 굴, 그 크기에 한 번 놀라고 짠맛이 없이 담백하고 시원한 맛에 두 번 놀란다.


"바닷물하고 민물하고 접하기 때문에 먹으면 짜지도 않고 일부러 간을 하지 않아도 입에 딱 맞는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강굴을 광양에서는 벚굴, 벅굴, 벗굴로 불리고 있는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벚꽃이 피는 시기에 먹는 굴이라 해 벚굴로 이를 붙였으나 민족심의 발로로 지역민들이 'ㅈ'받침을 'ㅅ'또는 'ㄱ'의 받침으로 바꾸어 표기해 온 것이란다.


벗굴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 산다. 섬진강 하구는 간만의 차이가 커서 바닷물이 강 쪽으로 깊숙이 밀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간다.


기수역에서 자란 탓에 강굴은 단맛과 짠맛이 뒤섞여 있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기운이 풍긴다. 바다에서 나는 참굴과 비교하면 비릿한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강굴도 수확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섬진강의 숨은 별미도 계속 먹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다.


"강굴 수확이 예년만 못해요. 강굴은 짠물도 먹고 민물도 먹고 해야 하는데 섬진강 물이 줄으니 제대로 클 수가 없어요. 강물이 짜지니까 안 죽을라고 자꾸만 싱거운 위쪽으로 올라가고……."

이씨는 섬진강 댐 공사 이후부터 민물 유입이 적어 바닷물이 상류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생태계에 변화가 생겨 강굴의 수확량이 해마다 줄어든다며 "강굴이 섬진강의 희귀종이 될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강굴이 우리 세대,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또 하나의 보물이 될지도 모를일이다.


8시간의 조업을 마친 운영호가 붉게 물들이는 섬진강을 뒤로 하고 망덕포구로 향한다. 뱃전에는 이날 수확한 강굴들이 한 가득이다.


망덕포구는 해마다 우수를 전후해 벗굴을 맛보러 오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섬진강의 새봄을 들이마시며 강굴을 먹기 위해 천릿길을 달려온 이들도 많다.


강굴은 껍데기가 두꺼워 여는 일이 만만치 않다. 우선 칼등으로 둥근 가장자리를 깨뜨려 칼날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껍데기 안으로 칼을 밀어 넣어 빙 돌려가며 틈을 벌린다.


껍데기가 열리면 우윳빛을 띤 알맹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굴인지 대합 조개인지 모를 만큼 살덩이가 커다란 굴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강굴은 기호에 따라 마늘, 고추, 묵은지 등을 곁들이거나 초장에 찍어먹는다. 물론 순수한 맛을 느끼려면 아무런 양념 없이 먹어야 한다.


물컹거리는 차가운 살덩어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면 충만함이 밀려온다. 입 안 가득 강굴 특유의 향이 감도는데 잊지 못할 뛰어난 감칠맛이다.


광양시청에 근무하는 이숙혜씨는 "강굴은 일반 참굴보다 4배이상의 고단백질이라 하루에 생으로 3~4개가 적당하다"면서"그 외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해도 물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망덕포구에서 판매되는 강굴은 최소 2년 이상 자란 것들이란다. 포구 20여 개 식당에선 대부분 강굴을 판다. 껍데기를 여는 과정에서 파편이 워낙 많이 튀기 때문에 식당 방 안에서 먹기란 여의치 않다. 그래서 대다수 식당들이 밖에 강굴 손님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강굴을 먹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구이를 비롯해 강굴 죽, 강굴튀김, 강굴 전, 강굴 찜 등 취향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구이를 가장 즐겨먹는다.


"강굴구이 너무 맛있어요, 알맹이가 큼지막해서 일반 굴에 비해 먹는 즐거움이 특별해요. 3개를 먹었는데 벌써 배가 불러요" 망덕포구 한 횟집에서 만난 최욱용(41)씨 부부는 강굴구이의 맛에 푹 빠져 있었다.


섬진강 망덕포구를 벗어나는 길, 강바람을 따라 자연의 맛을 그대로 담겨있는 벗굴 내음이 온 몸을 감싸며 가는길을 붙잡으며 유혹한다.


섬진강(광양)=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경부고속도이용 대전-통영간고속도로 갈아타고 가다 진주 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 하동, 광양방향으로 진입, 진월IC로 나오면 섬진강 망덕포구다.

△볼거리=망덕포구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바로 윤동주시인의 흔적. 윤동주 시인이 일제의 눈을 피해 이곳에서 작성한 원고가 발견된 정병욱 가옥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가옥 뒤쪽 망덕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망덕포구와 섬진강의 모습도 장관이다.


옥룡사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신라 말기의 승려인 도선국사가 심어 놓은 7000여 그루의 동백숲이 장관을 이룬다.


또 3월13일 섬진강 청매실농원에서는 매화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월드마린센타나 구봉화산 전망대에 서면 광양제철소와 남해바다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먹거리=명물 '광양불고기'를 맛보는 것도 필수 코스. 광양읍사무소 인근에 있는 금목서(061-761-3300)는 참숯으로 구워낸 은은한 향기가 담백한 양념과 잘 어우러진 불고기가 일품. 또 봄철 별미인 새조개 샤브샤브도 권할만하다. 수목정(061-794-2382)은 여수에서 잡은 싱싱한 새조개를 시금치와 함께 육수에 끓여 먹는 맛이 그만이다.


△강굴의 효과=강굴은 단백질과 무기질, 각종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참굴과 마찬가지로 아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강장 효과가 뛰어나다. 그래서 바다의 비아그라라고 불린다. 세포 기능을 활성화해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셀레늄도 풍부하다.


일반 참굴은 3월이면 독성이 생기기 시작하지만 강굴은 4월 벚꽃이 필때가 가장 맛있다. 굴은 약알카리성 식품으로 싱싱한 상태에서 최대한 짧은 기간내에 먹는 것이 좋으며 냉장보관을 위해서는 헹굴때 소금물로 씻어내고 보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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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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