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획일적 근무시간제도가 시차출근제, 재택근무제, 단시간근로제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로제로 바뀐다. 일에만 몰두해 가정을 소홀히 하는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일과 가정을 모두 바로 세우는 근로제를 통해 선진국형 모델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이 제도의 선도모델을 발굴, 확산하고 민간에도 이를 확산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단시간근로제와 관련된 일자리도 새롭게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8일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내놓은 '유연근무제 확산방안'을 통해 유연근로제 가운데 단시간근로를 중심으로 제도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단시간근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근무하거나 같이 통상 근로자보다 근로시간이 짧은 대신 임금은 소폭 줄어든 형태의 근로시간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소수가 장시간 근로하는 관행으로 단시간근로 비중이 2008년 현재 9.3%에 불과하고 재택 등 원격근무 도입비율은 2006년 기준 0.7%, 시간제근무 공무원은 2월 기준 21명에 불과할 정도로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다.
◆획일적 전일제 근무.. 근로자도 사용자도 모두 피곤
정부는 현재와 같은 획일적인 전일제 중심의 고용관행으로는 유연근무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기업들은 근무형태를 다양화하기보다는 기존 근로자들의 연장근로시간을 조정하거나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임금을 조정하는 등의 대응에 그치고 있다. 또한 일부 단시간 근로자은 사회보험 적용이 제외되고 잦은 이직 및 낮은 임금으로 인한 가입기피 등으로 가입도 누락되는 현실이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월 80시간미만, 고용보험은 월 60시간미만 적용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단시간근로제를 중심으로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면 일자리창출에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공공부문이 선도하고 민간까지 제도를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우선 중앙부처에서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해 TF를 운영, 여성부 등에서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근무형태는 ▲적합직무를 발굴하여 전일제 1인의 업무를 시간제 2인이 담당하는 직무공유제 ▲ 전일제의 시간제 전환 지원 ▲시간제근무인력 충원 확대 ▲전일제와 시간제를 구분하는 정원관리방식 전환 등을 추진키로 했다.
행안부와 대상기관은 업무협약(MOU) 체결 후 4월부터 9월까지 시범실시하고 이후에 결과 분석과 성과관리 체계 보완을 거쳐 12월부터 전 부처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범 운영기관은 행안부(근무형태 선진화), 교과부(교사 적용), 노동부(일자리 창출), 여성부(여성 경제활동 촉진), 복지부(출산장려), 지자체(부산시, 경상남도, 서울 동대문구 등) 등이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는 기획재정부가 주관해 TF를 운영하고 정원 100명을 전일제 90명과 시간제 20명으로 나누는 개편방안을 통해 단시간근로제 채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내달까지 방안을 마련해 4월부터 5개월간 시범 운영된다.
◆단시간근로 채용시장에 새 바람일듯
정부는 신규고용 시 적합직무에 단시간근로자 채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LH공사 사례와 같이 신규로 인력채용 시 단시간 적합직무에는 가급적 단시간근로자를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채용형태로는 업무분할형은 민원상대업무, 보육시설(시간연장 보육시설 등)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노동부 콜센터의 경우 오전반 42명, 오후반 40명, 피크타임 4명이 각 4.5~5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또 국공립도서관, 박물관 등은 휴일 야간전담형으로, 고학력의 전업주부나 장기 미취업상태 여성들에게는 집중시간형(피크타임)에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민간부문은 상용직 단시간근로 일자리를 확산, 지원한다. 상용직 단시간근로는 기간의 제한이 없이 고용되며 사회보험, 사내복지, 교육훈련, 승진(승급) 등을 보장받는다. 근무시간에 따라 비례해 임금을 지급받고 풀타임근로자로 전환가능성도 부여된다. 정부는 우선 남녀고용평등우수기업, 가족친화 인증기업 등을 중심으로 50개소를 선별해 상용직 단시간근로자 신규고용을 유도한다. 현재 금융업, 병원 등 의료기관, 유통업, 서비스업 등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형태 활성화를 위해 IPTV, 와이브로 등 첨단 영상통화 기술을 시범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용직으로 단시간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신규 근로자 1인당 임금의 50%를 1년간 지원하고 지원한도 월 40만원 범위 내에서 시범실시하기로 했다.
노동부와 여성부 등은 지방자치단체, 경제인단체, 기업 등과 연계해 유연근무제도 확산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노사민정간 대화 체계를 구축해 고용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임금피크제 보전수당, 훈련비, 고용촉진장려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부 여성부 복지부 등은 각종 제도 운영시 상용직 단시간근로자를 근로시간에 비례해 산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해주기로 했다. 일례로 건강보험 간호등급제 인력계산시 무기계약직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간호사는 0.8인으로 인정하던 것을 1인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병원을 중심으로 업무집중근무시간대에는 단시간 근로자 채용도 유도한다.
단시간 근로자의 일자리확대에 대응한 보호장치도 강화된다. 4월부터 노사발전재단에서 6개 지역에 가칭 차별시정 종합상담센터를 설치 운영한다.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의 사회보험 직장가입자 제외요건을 고용보험과 동일하게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로 조정할 계획이다. 희망근로사업 등을 통해 전 사업장 방문 캠페인을 실시해 사회보험 미가입장을 발굴하고 가입도 독려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연내에 근무유형별 근로실태조사를 시범 실시하고 내년 본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실태조사 및 노사정위원회 논의 결과 등을 토대로 제도ㆍ관행 개선을 추진해 내년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단시간근로자를 더 고용하는 것이 정부의 규제 및 지원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각 개별법 성격에 맞게 상시근로자수를 근로시간에 비례해 산정하는 방안을 재검토해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개별법에서는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요건(300인), 고용보험법(100인), 조세특례제한법시행규칙(상시 사용하는 종업원수 산정기준 별도 정함) 등이 상이하다. 반면 독일은 해고제한법에서 사업장 근로자 산정시 주당 20시간 이하 근로자는 0.5명, 주당 30시간 이하 근로자는 0.75명으로 간주한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종목 수익률 100% 따라하기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